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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09 16:54: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푸르른 5월이 더 해맑게 느껴진 일이다. 근 10년 전에 구입한 겨울용 점퍼를 무려 세 번째 친절하게 손질을 받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근 10년 전 대형 마트에 들렀는데 내 눈길을 단박에 끄는 점퍼가 있었다. 한 눈에 멋져 보여 입어보고 싶었다.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가격조차 아랑곳 하지 않고 입어보기로 했다. 촉감마저도 무척 좋았을 뿐더러 마치 맞춤복이나 다르지 않게 내게 딱 맞았다. 내가 얼마나 좋아했으면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사 입으라고 부추겼을까? 그제서 가격을 보니 내게 벅찬 고가였다.

몇 년을 두고 겨울이면 늘 즐겨입었다. 하지만 구입 후 약 4년을 지나자 지퍼가 고장이 났다. 지퍼 수선을 의뢰하려고 마트 고객 상담실을 찾았다. 하필 그 점포가 떠났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더니 전화 수소문 끝에 손질을 받을 수 있게 친절을 다하는 안내를 받았었다.

다시 2년 쯤 지난 후 마침 해외여행 예정 중에 또 점퍼 지퍼가 말썽이다. 재차 마트를 찾았다. 두 말 않고 받아줬는데 연말이라 약 보름을 기다려야 한단다. 때마침 겨울철이었고 해외여행을 할 참이라는 개인 사정을 말했더니 재차 전화를 해 여행에 입을 수 있게 해줬다.

지금 그 점퍼를 구입한지 근 10년이 가깝다. 이번에는 겨드랑이 부분에 멋스럽게 덧댄 천이 헤지고 또 지퍼가 고장이다. 물론 따뜻한 점이나 겉보기에 나름 멋스러움은 전혀 문제가 없으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너무 오래되었고 두 번씩이나 손질을 받았으니 염치가 없는 일 같아 시내 세탁소와 옷 수선 업소를 들러 문의했으나 구입업체에 의뢰하란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마트로 가볼 수밖에 없었으나 가기가 여간 쑥스럽지 않았다. 염치불구하고 다시 찾았다. 이번에도 두 말 없이 문의 전화 후 친절하게 연결해줬다. 다만 수선비용과 택배비를 제시해왔다. 당연히 그리하겠노라 약조했고, 한편 어찌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었든지 모든 걸 그 업소의 형편에 따르겠노라며 결코 기간에 개념 치 말라고까지 했다.

수선을 의뢰한 지 약 1주일이 지나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마침 원거리 운전 중에 느닷없는 낯선 전화가 왔기에 무슨 판촉전화로 오인하고 무조건 끊어버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마트에서 의뢰했으니 내 자신은 그 업소를 알지도 못했던 것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무심코 전화기를 열었더니 메시지가 몇 개 들어와 있다. 낯선 상호이기에 삭제하려다가 점퍼란 낱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찌나 미안한 지 바로 전화해 사과부터 했다. 수선비용이 1만 8천 원이 산출됐는데 응낙하겠느냐고 묻는다. 고맙다는 말로 대신했다.

5월 4일 새 점퍼를 선물 받은 것이나 다르지 않다. 택배전달자가 착 불 택배라며 3천 3백 원을 요구한다. 그간 업소의 배려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았고 이제 택배기사까지도 반가워 그와 오가는 인사치례도 정감이 넘쳐났다. 내 스스로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말끔하게 손질된 점퍼를 펴보며 더 없을 정도의 들뜬 기분을 맛보았다. 곧바로 서울 업소에 전화해 고마움과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바란다고 전했다. 전화를 받는 여직원 역시 내 격려에 오히려 고맙단다. 꼭 오랜 지인 간에 오가는 정감 같은 느낌이 물씬 묻어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치부해버리기 쉬울 일이다. 만감이 떠오르는 중에도 그 업소는 분명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기에 결코 불황 같은 고난은 없었으리라 믿긴다.

우리사회도 점차 튼실해 지고 있다는 단편적 반증으로 보고 싶다. 인간사 어느 분야도 신뢰보다 더 큰 힘은 없으리라. 자칫 한탕주의 같은 나약했던 사회구조가 드디어 신뢰를 바탕으로 점점 안정화로 들어서고 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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