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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4.25 20:20:5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할아버지 생신 축하합니다.~람쥐."

초등학교 2학년인 손자가 앙증맞은 손으로 직접 그리고 쓴 카드를 내게 전한다. 순간 녀석에게 고마움과 기발함에 활짝 웃음부터 나왔다. 축하의 말 끝이 '다'로 끝난다고 '다람쥐'란 말을 덧붙인 것이 무척 기발하고 재치까지 겸비 했다고 생각돼 대견스럽게만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틀 뒤에 탄로가 났다. 우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평상시에 낯 뜨겁다고 곧바로 돌려버리는 개그프로가 확 지나가는데 한 개그맨이 '다'로 끝나는 말끝에 '다람쥐'란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지난 4월 11일 총선을 앞두고 KBS에서 대국민 홍보를 하느라 근 한 시간이 멀다고 어느 특정 개그맨을 등장시키고 있었다. 필자로서는 굳이 그의 이름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근간에 생소하면서도 낯간지러운 해괴한 어투로만 느껴졌던 그 장난기 넘쳐나는 말투라 기억이 생생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예를 들어본다면 '무엇 무엇을 하자면 이러이러하게 하면 된다.'는 말을 할 때 꼭 끝나는 말의 억양에 어눌한 어투로 높낮이를 넣어 뒷말을 길게 늘려 지방 방언이나 같은 말투다. 이 또한 손자 녀석이 지금 자주 사용 중이다.

그저 재미로 지나쳐버릴 수도 있겠다. 한동안 하다 말겠지 할 수도 있겠다만 굳이 사례를 들어 말하고자 하는 점은 바로 우리 후손들의 귀와 눈을 마냥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으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이 후보시절 전혀 믿기지 않는 말실수를 저질렀었다. 초점은 세종시 관련 문제였다. 대선을 이틀 쯤 앞두고 경인지역 유권자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치자 '시끄럽고 돈 안 되는 것만 세종시로 보내겠다는 말이다.'라 답했다는 보도였다. 하지만 선량한 우리 국민들은 '설마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이 그런 말을 했겠나·'라며 오히려 상대 당의 치졸한 말장난으로 돌렸었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칠 무렵 인터넷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설마 했던 그 말을 발언하는 생생한 동영상이었다. 필자는 너무나 황당해하며 곧바로 파일을 저장해가지고 지인들이 많이 모이는 친구의 사무실로 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떠도는 대통령후보의 망발을 거론하자 이구동성 '설마 그런 말을 했겠어.'하며 필자의 생각과 같게 오히려 상대방 정당을 지적했다. 필자가 곧바로 동영상을 보여주자 모두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국 우리국민들은 '설마'란 생각 가운데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총선 때 막말 파문이 전국을 강타했다. 역시 우리국민들은 '설마'란 말을 앞세워 필경 말 한 마디 잘못을 침소봉대했거니 했다. 하지만 막말 동영상이 금방 인터넷을 타고 번져나갔다. 동영상을 본 국민이라면 하나 같이 개탄을 금치 못했다. 욕설이 끊이지 않았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발이 상당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동영상만이 아니라 현장에 난무해대는 환호성과 박수갈채에 더더욱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정녕 눈뜨고 보기조차 힘들었다. 절로 '말세'란 말이 터져 나왔고 그를 도저히 인간이라 봐줄 수 없었다.

박수에 환호성을 친 사람들은 누굴까? 그 자리에 지성들은 없었을까· 정당인들이 분명 함께 자리하고 있었을 게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이 한 사람일지라도 없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특히 젊은이들의 광분하는 모습에 더 이상 우리나라의 앞날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말하는데 돈 안 든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내입 갖고 하는 말이라고 남에게 아무런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시정잡배들이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이득만 취하면 그만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게 일부 정치인들이 혹여 혹세무민, 감언이설로라도 권좌찬탈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따름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귀와 눈을 의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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