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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알 수 없는 전화번호가 떴다. 잘못 걸어오는 경우도 많고, 어쩐 돈 빌려준다거나 광고 전화도 잦은 편이었기에 경계심리가 앞선 채 응대하자 'ㄷ 공업사'라 한다. 기억이 희미하다. 하지만 상대는 나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잠시 기억을 되살려서 '그럼 혹시 엄 사장님?'하자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엄 사장과의 인연은 초임 교장 때 부임지에서다. 초임 때 욕심이 누구나 크리라 생각된다. 지내놓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특히 행정직원들에게 너무나 많은 일을 주문했던 것 같다.

당시 한 30년 역사가 된 학교로 손 봐야할 부속건물들이 무척 많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단 말이 맞다. 과거 학생들은 자전거를 많이 활용했었다. 하지만 교통량 급증으로 인한 위험성 때문에 학생들의 등하교 수단이 급변해 자전거를 활용 중인 학생이 한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근 3~400여 대를 수용했던 거치장이 운동장 한쪽을 차지한 채 방치상태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연차적으로 잇따라 네 차례에 걸쳐 증축했던 흔적이 뚜렷했다. 보기조차 어수선한 시설물로 당장 철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참인데, 어느 개구쟁이가 던진 물체에 우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힘없이 부서져 내렸다. 너무나 놀라워 당장 내일이라도 철거하라고 독촉했다. 다만 최근에 증축했던 철재부분만은 되살릴 생각에 교직원들의 자가용 거치 장 설치에 재활용하기를 전제조건으로 다급히 추진했다.

철거작업이 시작된 후 한 가지를 빠트렸던 점을 발견했다. 자전거 거치 장 바닥에 깔아놓았던 보도 블록 처리를 깜빡 잊었던 것이다. 보도 불럭을 차량 거치장바닥에 깔면 오히려 자갈구입 양을 줄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보도 불럭을 그냥 처치하기도 문제였다.

작업 중인 엄 사장에게로 갔다. 두 내외가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드링크제 두 병을 들고 갔다. 처음부터 무던한 정감을 느낄 수 있는 분이었다. 폐일언하고 번복에 미안하다며, 보도 블록도 재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보도 블록이 아니라 시청에서 걷어낸 차도 블록을 얻어다가 활용했던 것으로 무게가 만만찮았다. 근 100여 m 거리를 옮겨야 했고 자갈은 줄여야 했다. 하지만 엄 사장은 두 말 않고 선뜻 동의해 주었다.

폭양 아래에서 일하는 두 내외가 안 된 마음에서 몇 차례 현장에 나가 말로나마 위로를 했었다. 어찌나 성의를 다해 일하는지 고마운 마음에서 학교 살림이 넉넉지 못하단 말에 이어, 학생들을 돕는다는 마음을 보람으로 여겨 달라고 부탁의 말을 건넸더니 얼핏 엄 사장의 부인이 응대 해온다.

"내 일, 네 일이 따로 있나요? 다 우리나라 일인데요."한다.

나는 이내 고마움을 넘어 가슴이 뭉클해졌고 그 부인이 존경스러웠다.

그분과 인연은 그렇게 이어졌다. 다음 전근학교는 신설학교였기에 비교적 할 일이 많았고 믿음 때문에 몇 차례 더 만날 수 있었다.

가장 기억되는 건 또 자전거거치장이다. 도심지 신설학교다보니 자전거수가 많았다. 시급한 일이었기에 서둘렀다. 넉넉하게 줄 수 없는 공사비에 과한 요구는 할 수 없었으나 완공 후 미관상 보완점을 말하자 엄 사장은 또 곧바로 보완해주며 다른 학교에 일할 때도 반드시 활용할 참이란다.

보완내용은 지붕 기울기를 뒤편으로 하다 보니 정면에서는 자연 천정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미관 상 무척 수선 맞고 약해 보이기에 약 15㎝정도 너비로 추녀 밑에 덧방을 대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재가 필요했고 그건 바로 금전으로 연결된 문제였지만 흔쾌히 받아준 엄 사장을 더 잊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엄 사장 두 내외의 방문이었다. 요즈음 단양에서 일한다며 고로쇠 수액을 건넨다. 필자는 이미 정년 8년차이니 기억해 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사실 필자는 엄 사장을 여러 사람들에게 칭찬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분들이 잘 살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해왔었다.

흔히 흉을 보기가 일쑤다. 그럴 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한다. 칭찬도 멀리 가나보다. 아니 칭찬은 날개라도 달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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