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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1970년대 학생들 가슴에는 늘 리본이 달려있었다. 툭하면 무슨 주간이니 뭔 강조기간이라느니 하며 패용하지 않았던 날이 거의 없었을 지경이었다.

우리 삶이 조금 넉넉해지자 기관마다 거리마다 현수막이 펄럭이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이란 현수막을 보지 못한 국민은 없을 게다. 최소 근 5년은 넘도록 초중등 학교 교문마다 내걸렸었으니까 말이다. 공문 이첩에 따른 일방적으로 지시에 따른 일이다. 지시는 검찰로부터다.

힘없는 교육계는 어떤 항변도 못한 채 오직 지시에 순종 할 수밖에 없었다고나 할까· 결국 학교는 불안한 장소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그 현수막과 관련해 두 가지 우스꽝스런 일화가 있었다.

한번은 지역 검찰지청 회의에 나갔었는데 회의가 상당히 개방적이었고 기탄없는 난상토론으로 이어졌다. 검찰지청장에게 서슴없이 질의를 해봤다. 현수막을 꼭 학교교문에 걸어야 할 이유를 질의했다. 특히 산골짜기 학교교문에까지 걸어야 할 이유를 묻자 상부 지시일 뿐이란 우답이 돌아왔다.

검찰지청회의에서는 근간 문제가 되고 있는 학생들 설문지에 대한 문답도 있었다. 경찰관이 설문조사를 했을 때와 교원들이 했을 때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점을 필자에게 물어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교원은 급우 간 자잘한 문제는 서로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인성교육을 전제로 시작하나 경찰은 소소한 일일지라도 낱낱이 명기하기를 전제로 하니 순진무구한 어린학생들의 설문지 작성은 안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마침 500명 가까운 여성단체 특강에 강사로 나가보니 단상 위에 '자녀 안심하고…'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단상에 서자마자 청중을 향해 "여러분 중에 안심이 안 돼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분들 계십니까·" 그 답은 폭소로 대신 되돌아왔다.

현직에 있을 때 낯선 젊은 여성내방객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명함을 보니 경찰서 형사였다. 잠시 담소 중에 그가 묻는다. '귀교 교문에 현수막은 문구의 앞에 들어갈 학교란 글자를 빼고 <폭력 신고 강조기간>만 적혀 있느냐·'란 요지다. 필자로서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즉답으로 학교장으로서 지시한 일이라 했다. 그리고는 청소년들 문제일 뿐 결코 학교폭력이란 말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어조로 답했었다. 이내 수긍할 수 있다며 공감해준 여형사를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다.

초임 교장으로 부임한 학교의 교장실 문 위에 팻말이 걸려있었다. '성폭력 상담실'이란 팻말이다. 상부 지시란 걸 모르지 않지만 당장 떼라고 했다. 그리고 교직원들을 이해시켰다. 만약에 그런 참담한 사고를 당한 당사자라해도 그 팻말을 걸어놓은 곳에 어찌 발을 들여놓겠느냐는 요지였다.

'90년대 중반기 장학사로 근무할 때 지엄한 교육부 교육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시 학생들 급식을 시작하려고 준비가 한창일 때였다. 1인 급식비 산출액을 물어왔다. 약 1,450원 정도가 된다고 했더니 그 정도인데 왜 시행을 미루고 있느냐는 책망 조다. 사실 점심을 고작 150원 하는 빵으로 하고 있는 학생들이 태반이라 답하니까 고장의 독지가를 물색해 보란다. 불끈 치솟아 오르는 울분을 억제하지 못한 채 산꼭대기 낙락장송을 독지가로 하냐고 볼멘소리로 질타하니 적반하장도 유만 부득이지 수화기를 팽개치듯 끊어버리는 소음이 요란했다.

청소년들은 결코 어른들의 말씀대로 오직 순응하는 건 아니다. 또한 무조건 순응만 한 대도 개성신장에 문제가 된다. 그들은 분별력이 지극히 떨어지고 어느 순간에 불현듯 떠오르는 대로 충동적이기 일쑤고 순간적 욕구에 지나칠 정도로 외곬수인 편이다. 이처럼 청소년들이란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거두절미하고 청소년문제는 전문가인 교원들 몫이라야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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