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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04 18:36: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흑룡의 해라 불리는 임진년 새해를 맞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나눈다. 사람들마다 뭔가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는 막연하나마 기대 또한 크리라. 다만 복 받으라는 말에 때로는 복이 뭔지 확실한 건 아니나 그저 좋게 들리는 건 틀림없다.

마침 겨울방학을 맞은 손주들과 정겨운 나날을 보내는 중인데, 녀석들이 제 할미를 들들 볶아댄다. 모든 시중을 들어주는 건 물론 별난 음식을 먹겠다거나 전화주문을 통해 주문배달이 가능한 먹거리를 수시로 찾아댄다. 어른끼리만 기거할 땐 싸우기라도 한 집 마냥 조용했는데 재잘거리는 손주들이 있어 모처럼 집안이 활기가 넘쳐난다.

"할머니 치킨 시켜주세요."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가 요구하는 건 거의 빼놓지 않고 들어주니 녀석의 응석이 점점 늘어가는 형국이다. 제 할미가 말 떨어지기 무섭게 어느 새 전화기를 들고 서있다.

"예, 두 가지 반반씩으로 해줘요. 그런데 그간 모아놓은 교환권(티켓)이 열 장 있으니까 그걸로 해도 되지요·"

제 할미는 주문 후 하던 일 때문에 주방으로 가서 잠시 일을 하다말고 어떤 일에 놀란 듯, 한 몸짓으로 불현듯 다시 전화기로 달려가 황급히 전화를 한다. 도무지 영문을 모를 일이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다음 주방으로 재차 가면서 하는 말이

"이른 시간인 것도 모르고…."

점점 의구심만 더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전화를 다시 했느냐며 혹시 주문을 잘못했느냐 물으니 자초지종을 알려준다.

치킨장사는 지금 막 문을 열 시간대로 아직 마수도 못 했을 텐데 교환권으로 주문한다면 장사하는 입장에서 마음이 썩 내킬 일이 아닐 것 같아 다음번에 이용하기로 하고 오늘은 돈을 주겠다고 전화했던 것이란다. 잠시 헷갈리기에 다음이라면 언제는 교환권이 다르게 되느냐고 되물으니, 오후 늦은 시간대에 쓰면 좋지 않겠냐고 한다.

듣고 보니, 역지사지란 말로 생각할 때 참 잘한 일이란 마음이 들었다. 열 번에 걸쳐 모은 교환권이 공짜는 분명 아니라지만, 또 권한으로 본대도 결코 소비자 입장에서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장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땐 기분이 좋기만 할 일은 아닐 성싶다. 더군다나 우리민족 정서가 아침 개시를 중시하는 터고 마수를 잘해야 하루 재수가 좋다고도 하는 것이 통례이니 말이다. 그런 걸 뻔히 알만한 연령대로서 다소 얌체적은 짓을 해서야 되겠나 싶었다. 작은 배려지만 남편으로서 뭔가 미더운 마음에 흠씬 젖어보았다.

잠시 후 대문 초인종 소리에 녀석들이 앞 다퉈 배달물건을 받으러 나가느라 야단이다. 네 녀석 중 둘만 물건을 받아들고 들어섰다. 그 중에도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 놈은 별나게도 콜라를 선호하는 편으로 녀석이 환호성을 쳐대며 들어오는데 커다란 콜라병이 힘겨워 보인다.

일변 현관 밖에서는 제 할미가 배달 온 직원과 오순도순 뭔가 즐겁게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잠시 후 아이들 할미가 들어서며 환한 표정으로 묻지도 않은 말을 건넨다.

"아침 첫 마수라며 고마워서 음료수를 큰 것으로 가져왔다네."

다 오는 정 가는 정이라더니 그 말이 맞다. 여느 때 가져오던 크기보다 더 큰 것으로 배려에 대한 답례였다. 꼭 더 얻어먹어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작은 배려가 상호 즐거운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니 복이란 스스로 짓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이 이토록 훈훈해지니 무엇을 더 바라랴. 복이란 물질보다 서로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것인가 보다. 작은 배려가 복을 지은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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