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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한전 충북본부 홍보실장

2년 전 쯤, TV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40대 초반의 초선의원 한분이 국회 사무처 간부에게 고래고래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을 해대고 있었다. 뉴스의 내용으로 봐서는 그렇게까지 당할 사안이 아니었으며 그 분의 잘못도 아니었다. 머릿결이 하얗게 세어버린 그 분은 야단을 치는 국회의원의 아버지뻘 되는 나이였는데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내내 내가 모욕을 당한 것처럼 심한 모멸감과 부끄러움으로 너무나 화가 났었다. 장성한 성인이 되어있을 그 분의 자제들과 그 분처럼 하얗게 센 머릿결을 가졌을 그의 부인이 뉴스를 보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도대체 선량이라는 위치가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그 의원도 선거 때는 한 표 더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지 않았던가. 메인뉴스 시간대에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자신의 거만한 모습을 보고 그 선량은 개선장군마냥 우쭐대었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장면이 차마 잊혀 지지 않는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공기업이다 보니 각종 공사와 관련한 인·허가를 행정기관에 신청하게 된다. 같이 일하는 동료직원들은 나름 전문 엔지니어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한 친구들이다. 석·박사출신에다 기술사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는 분들도 많다. 공사감독자인 동료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참 가관이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자리도 권하지 않고 몇 시간째 세워놓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등 거의 자기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제대로 된 공사 준공을 위해서 꾹 참고만 있을 뿐이었다. 난 그들의 하소연을 접할 때마다 개탄스러워 했다. 공기업 간부들도 이러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못 배우고 든든한 배경이 없는 무수한 장삼이사들은 어떠한 대우를 받을 것인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의 일이니 지금은 그러한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홍사회'라고 충북지역 각 공공기관, 기업체의 공보·홍보책임자들의 모임이 있다. 벌써 몇 년째 약 20여명이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도 교환하고 동병상련의 회포도 푸는 자리이다. 모임 때마다 몇 명의 기자들이 안주로 오르내리며 신랄한 말들로 실려 나가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매번 지목되는 기자들이 각 기관에서 똑 같이 기피하는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홍보담당자들은 각 기관을 대표하는 대외적 창구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하고 경험도 많으며 충성심이 강한 자들을 발탁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기자 못지않은 전문지식을 겸비하면서 자존심도 강하다. 자기가 소속된 기관이 비판을 받으면 자신이 비판받듯이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것이다. 나이어린 기자들이 취재원에게 죄인마냥 야단부터 치며 훈계하는가 하면, 반말 비슷하게 무조건 흠만 잡으려는 이, 구미에 맞는 팩트가 안되면 은근슬쩍 소설 쓰듯 왜곡·날조(·)하는 기자. 국감자료를 방불케 하는 취재자료를 요구하면서 달랑 1단이나 2단 기사를 내보내는 무책임한 기자. 그 자료를 만들기 위해 담당자들이 자기의 고유 업무와 시간을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내 지인 한분은 교수임용 때문에 근 10년간 사환처럼 지도교수의 시중을 들며 새벽 두·세시에 불려나가 비싼 술값을 대신 지불하기도 했다. 또 한분은 거의 이 년간 휴일 아침마다 부인과 함께 김밥과 도시락을 싸야만 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그 분 상사를 위한 것이었다.

계약관계 뿐 아니라 사회관계에서 강자이거나 군림하는 자가 '갑'이라고 한다면 '을'은 상대적 약자이다. 이러한 '갑·을 의식'은 보스가 똘마니 위에 군림하듯이 같은 인간을 평등한 인권의 소유자로 보지 않고 자신에 비해 약자인 상대방을 '하빠리'로 보는 우월의식이며 힘의 논리로 호가호위하는 완장찬 자의 허세이며 횡포이다. 시인 박노해의 시구가 떠오른다. "우리는 모두 인다라의 구슬처럼 지구 마을의 큰 울림을 만들어 가는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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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