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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당선된 고려대생 윤순희 씨

형설지공 7년… 마침내 '시인의 꿈' 이루다

  • 웹출고시간2011.01.10 16:15:0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아이 셋을 키우면서 일하고 공부하느라 체력적으로 힘 들었죠. 하지만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올해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팔거천 연가'로 당선된 윤순희씨(47 ·여·고려대 세종캠퍼스 문학예술학과 석사 과정)가 말하는 당선 소감이다.

이 시는 윤씨가 살고 있는 대구 팔공산 북쪽 끝자락을 흐르는 하천(팔거천)을 무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윤씨의 인생은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대구의 보험회사에 적을 두고 서울·조치원을 오가며 '형설지공(螢雪之功)'쌓기를 7년,마침내 시인의 꿈을 이뤘다.

-신춘문예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신춘문예는 문학을 하는 거의 모든 사람의 로망이 아닐까. 여고 때부터 시를 썼지만 가정형편 상 대학 진학이 좌절되면서 20년 가까이 잊고 지냈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다시 쓰기 시작했으니 7년쯤 됐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김명인·조정권 선생님께 지도 받고 응모한 지 두 번 만에 당선됐으니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 시 이외의 문학 장르에도 관심이 있는지.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하진 선생님께 소설을 배웠다. 필독서로 꽤 많은 소설책을 읽었고,수업 또한 재미있게 들어서 몇 편 써 보기도 했다. 소설책을 많이 보니까 사람을 만날 때마다 '이 사람은 또 어떤 소설의 주인공일까'하는 생각으로 상대를 좀 더 관심 있게 지켜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다. 상대방을 그윽히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앞으로 소설쓰기의 긴 호흡법을 내가 쓰는 시에도 도입해 볼까 한다.

-대구에서 거리가 먼 조치원까지 대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마흔 두살에 대학에 들어갔다. 비교적 공부하기 쉽다는 전문대 사회복지학과(야간)를 다녔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구에는 문창과 야간대학이 없어서 2006년 3월 경희사이버대학 문창과에 편입,주말이면 대구에서 서울을 오가며 스터디그룹 활동도 열심히 했다. 다행이 성적이 좋아 계속 장학금을 받았다. 사이버대학을 마친 뒤 '내 인생의 마지막 공부'라고 생각하고 2008년 3월 훌륭한 교수님들이 있는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진학했다."

-직장일을 하면서 시를 쓰려면 상당한 고충이 있을 것 같다. 애로 사항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업무 상) 만나는 사람들이 내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소재를 찾기 위해 대구 근교의 농촌 비닐하우스,참외밭,시골,금호강,팔공산,암자 등을 자주 여행한다.직장일이 끝나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후다닥 저녁을 해 먹은 뒤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지난 7년 간 새벽 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 적이 거의 없다. "

-성격,취미,특기 등 본인 소개를 한다면.

"성격은 밝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이다.취미는 등산인데,주말마다 산에서 살다시피한다. 체력단련의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산의 모습이나 색깔,형태,나무,풀,꽃 등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고 관심이 많다. 아버지가 화공이셨다. 인생 좌우명은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존경하는 사람은 내가 써야 할 논문의 주제인 '전봉건 시인'이다.

윤씨는 딸(21)도 고려대 세종캠퍼스 중국어학과(10학번)에 다니는 '모녀 고대인'이다. 딸은 고등학교 때 신문부 부장으로 교지를 만드는 등 엄마처럼 글 솜씨가 뛰어나다. 앞으로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묻자 윤씨는 "모든 사람이 진정한 마음의 복지와 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팔거천 연가

여름밤 내내 *팔거천변 돌고 또 돌았습니다

아직 물고기 펄떡이는 물 속 물새알 낳기도 하는 풀숲

달맞이꽃 지천으로 피어 십 수년째 오르지 않는 집값

펴지기를 깨금발로 기다리지만

대학병원 들어서면 3호선 개통되면 국우터널 무료화되면 하는

황소개구리 울음 텅텅 울리는 탁상행정 뿐입니다

풀숲에서 주운 새들의 알 희고 딱딱한 것들

날마다 수성구를 향하여 샷을 날려 보내지만

죽은 알들은 금호강을 건너지 못하고

팔달교 교각 맞고 튕겨져 나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강을 건너지 못하면

저 물새들 살얼음 낀 물속에서

언 발 교대로 들어 올렸다 내릴 텐데

환하게 타오르던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의 불빛 온기는

어디까지 번져 갈 것인지요

물새들의 울음소리 팔거천 가득 울려 퍼지는 날

낮달 같은 새댁들 강변 가득 붉은 나팔 불며

여덟 갈래 꿈꾸며 비상 하겠지요.

(*팔거천 : 팔공산 자락에서 흘러든 여덟 갈래 물줄기가 합쳐져 대구의 강북인 칠곡 신도시를 거쳐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하천.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달집태우기 행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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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