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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아지트를 찾아서 - 조각가 어호선

풋풋한 흙내음 가득한 '자연속 조각공원'

  • 웹출고시간2010.07.11 16:24:0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찌는 듯 한 무더위가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는 요즘이다.

청주 시내를 지나 청원군 가덕면 일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공기가 이글거리는 아지랑이가 올라왔다.

도로 양 옆에는 짙푸른 나무들이 싱그러움을 자랑했다. 차문 밖에는 시끄러운 매미 소리가 한적한 시골길의 여유를 더했다.

이 길은 3년 전 청원군 가덕면(금거리 96번지) 일대에 작업실을 낸 어호선 조각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렇게 도로를 한참 내달리면 우측에 가덕초등학교가 나온다. 이곳부터 시작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우측에 금거리 주유소가 보인다. 이 주유소를 끼고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좌측 언덕 위에 건물 두동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이 어 작가의 작업실이다.

청원군 가덕면 금거리 96번지에 위치한 어호선 작가의 작업실 전경.

ⓒ 김지훈 기자
언덕처럼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2644.628m²(800평)의 대지가 펼쳐진다.

좌측에는 천정을 높게 올린 작업실이 있고 우측에는 작가가 가족들과 함께 꾸민 보금자리가 있다. 앞마당에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둔 갤러리도 있었다.

작업실 우측 앞마당에 전시된 어호선 작가의 작품들.

ⓒ 김지훈 기자
마치 작은 조각공원을 연상케 했는데 훗날 작품들이 모여 멋진 조각공원이 되면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 한편에 놓인 달팽이 작품이 눈에 띄었다. 최근 이태리대리석을 깎아 만든 작품인데 정교하기가 이를 데 없다. 작가의 돌 다루는 솜씨를 칭찬한다는 것이 결례일 수도 있지만 일단 누가 봐도 '보기에 좋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각가 어호선씨가 그의 작업장에서 작품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 김지훈 기자
수없이 오랜 시간을 공들인 탓에 돌이 갖는 차가운 이미지는 어느덧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자연의 여유로움 마저 배어 나오게 했다.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모티브가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골에 작업실을 내면서 작품의 모든 소재가 주변에서 보고 느끼는 자연이 됐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돌이라는 자연의 재료가 주는 친근감도 있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여유로움과 친근감이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어호선 작가 작업실 내부 모습.

ⓒ 김지훈 기자
이쯤해서 발길을 옮겨 작업실 내부를 살펴보니 조각가의 작업 공간임이 실감났다.

주변에 놓인 돌들이며 한창 작업 중인 돌조각, 수많은 공구, 이곳저곳 작업해둔 성과물들이 공간 여기저기를 메우고 있었다.

작업실은 132.231m²(40평) 규모로 천정을 높게 해 공간 한편을 1, 2층 모두를 사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옆에는 창고를 따로 만들어 작품의 주 재료인 돌과 돌조각 작품을 따로 보관해 두었다.

어호선 작가 작업실 내부 모습.

ⓒ 김지훈 기자
작가가 작업실을 이용하는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7~8시다. 전업 작가답게 작업실 이용시간을 정해 작품을 제작하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한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야가 확 트인다. 주변보다 경사가 있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도 한다.

휴가철이 시작된 요즘 어 작가가 꾸민 작은 조각공원에 들러 자연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을 감상하고 그의 작업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웰빙 휴가를 즐기는 방법이겠다.

/ 김수미기자

"돌로 빚은 자연보고 여유 가졌으면"

조각가 어호선씨가 작업실 앞마당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돌 조각은 중독성이 강한 작업이에요. 제작과정이 까다롭고 제작기간도 오래 걸리지만 막상 원하는 형태가 나왔을 때의 희열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이런 매력 때문에 돌 조각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달 서울 관훈동(갤러리큐브 스페이스)에서 첫 전시회를 연 어호선(31) 작가.

그는 지난달 모두 11점의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작품 절반을 판매됐다고 하니 첫 전시치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어 작가는 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과 사랑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최근 비온 뒤 마당 잔디 위를 누비는 달팽이와 이른 봄 겨울나무를 뚫고 나온 여린 새싹이 그의 작품 모티브가 됐다.

"이곳에 작업실을 짓고 나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작품 소재가 됐어요. 달팽이도 그렇고 꽃, 소라 등 작품 소재가 현대인들에게 조그만 여유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당분간 이 소재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돌 작품은 재료에 순응해야 하는 작업이다. 일정한 제작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원한다고 해 빨리 작업 할 수도 없는 재료다.

작가는 "돌을 다루면서 자연의 원리인 참는 법과 기다리는 법, 순응하는 법을 깨달았다"며 "돌을 이해하고 원하는 대로 표현하면서 즐거운 노동의 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조각가답지 않게 쉬운 길로 가지 않고, 외롭고, 거칠고, 힘든 일을 감내하는 어 작가의 모습에서 우직함이 느껴졌다.

건양대와 충북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한 어 작가는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조각가협회, 대전조각가협회, 청주조각가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충북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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