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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값만 달랑'… 농민 두번 울리는 정부

구제역 살처분 보상액 시세 정액만 지급
재활 자금·정신적 위자료 등 거의 없어

  • 웹출고시간2010.04.27 19:30:5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구제역 방역하는 축산 농가

"나라님한테 이야기해도 안되는데 더 얘기하면 뭐혀~"

10년 전 한우 수십 마리를 구제역 살처분으로 땅에 묻었던 충북 충주의 한 농장주는 정부의 이번 구제역 보상에 대해서도 더 이상 말을 꺼내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난 26일 구제역 위험 지역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애지중지하던 소 90여 마리 모두를 잃어야 했다. 소 무게에 따라 시세를 따져 매겨진 값의 절반을 미리 받고 나머지는 나중에 받는다.

지금처럼 농장을 소로 다시 채우는데 1년 이상이 걸리고 30개월은 지나야 비로소 상품이 되지만 정부의 구제역 보상은 살처분 당시의 '현시세'다. 피붙이 같던 소를 잃은 슬픔은 삭인다 해도 2~3년 일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현실적인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그는 "병도 걸리지 않은 소를 어이없이 잃게 됐는데 소값을 반반씩 나눠주는 것도 문제"라면서 "한세월 정을 쏟아야 하는 가축농사를 무나 배추 보상하듯 한다"고 분개했다.

충주 구제역 위험 지역 살처분과 매몰 처리가 27일 마무리되면서 가축을 잃은 축산농가와의 보상 마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살처분 당시의 시세에 따른 정액보상에 반발하고 있는 축산농가는 새로 소를 들여와 키워야 하는 입식기간 보상과 재활 자금, 정신적 위자료 등을 요구하면서 관계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충주시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만든 '구제역 발생 지역 농가 보상 기준'에 따른 획일적인 잣대만을 들이대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지난 23일 충주의 한 읍사무소에서 여야 대표들을 잇따라 만난 이 지역 축산농민들이 '살처분 거부'를 경고하고 나섰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시가 별도의 자활 대책 수립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구제역 발생 이후 살처분에 반발하는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시는 상당액의 추가 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자체가 재량껏 추가 보상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녹녹치 않다. 정부가 만든 구제역 보상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에 따르면 살처분 대상 농가는 가축의 무게와 다산(多産) 실적 등을 감안해 가축 시세의 100%를 지급받는다. 또 젖소의 경우는 원유 생산량도 반영된다.

농가의 입식 기간 반영과 재활 자금 요구가 잇따르자 올해부터 수익을 다시 얻을 때까지 전국 평균 가계비를 기준으로 생계안정자금이 지급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그러나 최장 6개월에 불과하다.

이동제한조치 해제 이후에는 가축 입식자금과 경영안정자금도 지원해 준다지만 2년 뒤부터 원금을 갚아야 하는 융자다.

축산농민들은 현실 보상과 함께 다시 예전의 영농 기반을 회복을 할 수 있는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보상가 산정에 영농현실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소의 경우 육질 등급에 따라 1마리 당 5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소나 돼지를 키우는 축산농가는 수년에 걸쳐 육질 개량에 공을 들인다. 그러나 최고의 육질을 가진 소로 키워냈다고 하더라도 보상은 '무게'로 단순화된다.

수년 동안의 땀값은 다 무시된 채 지급되는 획일적인 '고기값'에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민들의 억장이 또 한 번 무너지는 것이다.

또 다른 한 농장주는 "수년 간 땀을 흘리며 더 좋은 가축을 만들기 위해 들인 공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지만 정부는 시세 보상 운운하며 달랑 고기값만 준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또 "내 새끼 같은 가축을 매장해야 하는 정신적 보상은 고사하고 긴급 상황이라는 핑계로 제대로된 감정평가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죽하면 구제역 때문에 가축을 땅에 묻은 축산농민이 자살을 하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살처분 대상 가축의 개별적인 특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보상가를 책정하고 있고, 시는 정부의 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기준에 나와 있지도 않지만, 구제역이라는 비상상황에서 개별 가축의 세부적인 품질까지 감정에 반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와는 별도로 시는 입식을 위한 시설자금 지원이나 축사 보수공사비 지원 등 피해농가의 재활을 위한 다양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충주 지역에서는 지난 22일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돼 반경 3㎞ 이내 94농가의 소, 돼지 등 우제류 1만2620마리가 살처분됐다.

충주/ 김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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