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경찰지구대 알림판에 실종 노인을 찾는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제주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과 전국 일선 경찰의 부실 대응 파문이 공권력의 고질적인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편적 처방을 넘어 사건 처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는 '사건 처리와 종결 권한의 과도한 독점'이 꼽힌다. 담당 경찰관 한 명이 신고 접수부터 현장 확인, 시스템 입력, 종결 처리까지 단독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의도적인 은폐나 부실 처리를 차단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낙범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가 실종사건 관리체계 구축과 관계기관 간 협력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수기자
경찰대 출신 치안전문가인 최낙범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해결책으로 수사부서와 심사·종결 부서를 분리하는 '이중화 통제 시스템'을 제시했다.
경찰청이 추진 중인 관리자 승인 절차를 법제화하고 충북 도내 전 경찰서에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 교수는 "피의자 신문 시 참여경찰관 제도를 두듯 실종 사건도 접수·수사 단계에서 복수의 경찰관이 교차 검증하고, 심사·종결 단계에서 상급자의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응 방안으로 △1단계 공동 수사로 개인 판단 오류 보완 △2단계 상급자 감독을 통한 사건 처리 적정성 재확인 등 단계별 절차를 제시했다. 단독 판단이나 자의적인 절차 위반을 억제하고 수사 과정의 가시성을 높여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모든 사건에 일률적으로 객관적 증빙을 요구하면 중요 사건에 투입될 자원과 시간이 행정 처리에 소모될 수 있다"며 "범죄 관련성, 실종자의 취약성, 긴급성 등 위험 수준에 따라 검증과 증빙을 차등화하는 '위험기반 관리체계(risk-based management)'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개혁과 함께 '현장 인력의 현실화'도 과제로 꼽혔다. 매년 실종·가출 신고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업무 부담을 견디지 못한 부실 처리의 재발을 막으려면 전담 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다.
특히 충북 도내 12개 경찰서 중 8개 서에 실종 전담팀이 없어 일반 형사가 업무를 겸임하는 구조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경찰서마다 실종 전담 수사관을 추가 배치하고 최소 2명 이상의 전담 인력을 지정해 교대 근무와 현장 출동 공백을 막아야만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역 특성에 맞춘 '증거 기반 치안 정책'과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도 대두된다. 충북은 매년 치매 노인 실종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맞춤형 치안 데이터를 분석·통계화하는 전담 기능은 부재하다. 현재는 경찰청과 치안정책연구소의 전국 단위 데이터 분석에만 의존하고 있어 자체적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제한적인 실정이다.
최 교수는 단기간 내 경찰력을 대폭 확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그 대안으로 자치경찰제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시했다. 자치경찰이 지역별 치안 수요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안 정책을 기획·집행하는 지역 치안 정책의 핵심 주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반복 가출하는 청소년 사례의 경우, CCTV 추적과 휴대전화 위치 조회 등 매번 막대한 수사 인력이 낭비된다"며 "각 경찰서 간, 그리고 관계기관 간 과거 가출 동선과 사유 등 실종자 정보가 상호 공유·축적돼 있다면 수사 범위를 대폭 좁히는 것은 물론, 신속한 행정 처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 수사를 단순히 범죄 발생 시 출동하는 차원을 넘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정보 중심 수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단기적인 인력 증원을 넘어 전문 수사관 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초동조치와 초기 판단이 미흡하면 사건이 장기화되거나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노하우의 체계적인 축적과 전수를 통해 전문 수사관을 양성하는 장기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여러 기구에서 경합적으로 과제를 제시할 경우 개혁의 방향성이 분산될 수 있다"며 "공동 의제를 통합 조정할 협력체계를 마련해 우선순위에 따른 실행력을 확보하고 셀프 개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장 경찰관의 의견 수렴과 국민 대상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박소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