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비가 아니라 폭포란다"

2026.09.15 15:02:28

최은희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인공 폭포가 있는 실내 쇼핑몰에 앉아 있는데 앞으로 한 가족이 지나갔다. 그중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폭포를 올려다보더니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빠, 비가 와요!". 아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가던 길을 갔다. 종종걸음으로 아빠를 따라가며 아이는 다시 외쳤다. '아빠, 비가 와요!'.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자신의 키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을 본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지금껏 경험한 세상에서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물은 비가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궁금했다. 왜 아빠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저건 비가 아니라 폭포란다."라고 다정하게 일러주지 않았을까?

불과 5초 남짓 짧은 장면이었지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하나는 어른들 역시 아이처럼 좁은 관점과 제한된 세계관 안에서 어떤 현상을 바라보며, 틀린 줄도 모른 채 '비가 온다!'고 당당히 외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것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정치·경제를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 타인을 재단하는 선입견, 그리고 내 생각만이 진실이라는 맹신까지, 저마다의 폭포를 바라보며 '비가 온다!'고 말한다. 이런 풍경이 당사자는 모르지만 관찰자 입장에서는 재미있다.

다른 생각 하나는 타인의 오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누군가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선택의 영역이다. 우리는 왜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을까? 타인이 무안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 언젠가는 스스로 깨달을 것이라는 기다림 또는 방관,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레짐작, 타인의 착각을 굳이 깨뜨릴 필요가 없다는 냉소 등 여러 이유일 수 있다. 이유와 상관없이 틀린 것을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 사회는 결국 성장이 지체되거나 멈출 수 있다.

바로잡음에는 방식이 필요하다. 정답을 가진 사람처럼 상대를 몰아세우는 것은 폭력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옳다'는 태도가 아니라, 상대가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에게 '저건 비가 아니라 폭포란다'라고 알려주는 일은 단순히 단어 하나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아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계의 경계를 넓혀주는 일이다. 엄청난 확장이다.

우리의 성숙은 나만의 비를 세상의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의 세계 속에서 폭포를 비라고 외칠 때, 비웃거나 외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가을이 왔다. 충만한 가을빛 아래, 서로 할퀴기보다 따뜻하게 일깨워주며 함께 영글어가고 더불어 성장하는 조직, 세상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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