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 실종사건의 허위 종결 파문으로 도내 실종자 대응체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경찰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실종아동 포스터.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대한민국 치안 시스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제주 실종 사건은 공권력의 안일함과 기강 해이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지난 5월 12일 밤 제주시 한림읍에서 실종된 장미란(37)씨는 실종 105일 만인 8월 24일 야자수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이 비극 뒤에는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경찰 스스로 저버렸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숨어 있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담당 경찰관은 장 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2시간 30분 만에 내부 시스템에 거짓 정보를 입력해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 당사자 대면이나 생사 확인 없이 연락이 닿았다고 거짓 보고를 올렸고 가족들의 수색 요청마저 외면했다.
이 같은 허위 종결과 부실 대응 파문은 다른 지역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광주에 이어 전국 도처에서 수사 기강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충북도민이 느끼는 불안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비극은 도내 치안망을 원점에서 되돌아보게 만드는 엄중한 경고등이다. 도내 160만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개인 일탈을 넘어선 구조적 은폐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문이 확산하자 충북경찰청 역시 도내 치안 현장을 향한 고강도 검증에 돌입했다. 충북경찰청은 2024년 1월부터 최근까지 접수된 실종 사건 전반을 대상으로 당사자 실물 대면 확인이 누락됐거나 부적절하게 종결 처리된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충북경찰청이 집계한 최근 5년간 도내 실종아동 및 사회적 약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취약계층의 실종 신고는 매년 상당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18세 미만 아동의 경우 2022년 657건, 2023년 464건, 2024년 534건, 지난해 657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424건이 각각 접수돼 서류상으로는 모두 해제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적장애인 실종은 2022년 222건, 2023년 177건, 2024년 189건, 지난해 188건, 올해 7월까지 109건이 접수됐고, 치매환자는 2022년 320건, 2023년 210건, 2024년 241건, 지난해 254건, 올해 7월까지 164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접수 규모가 가장 크고 미해제 건수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18세 이상 성인 가출인의 경우 2022년 1천658건, 2023년 1천500건, 2024년 1천347건, 지난해 1천358건, 올해 7월까지 697건에 달한다. 정밀한 사후 관리와 재검토가 절실한 상황이다.
충북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본청의 엄중한 지침에 따라 접수된 실종 사건을 대상으로 당사자 대면 여부와 처리 과정의 적절성을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며 "실종자 안전 확인 매뉴얼에 한 치의 누락도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전수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현장에 안착하기에는 도내 경찰서의 인력 구조가 매우 열악하다는 게 현실이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12개 경찰서 중 실종 전담수사팀이 설치된 곳은 흥덕경찰서(1개팀 5명), 상당경찰서(1개팀 5명), 청원경찰서(1개팀 5명), 충주경찰서(1개팀 6명)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충주서의 경우 피싱 범죄 수사를 병행해 실질적인 실종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담팀이 없는 나머지 8개 시·군 경찰서는 일반 형사팀에서 성인 가출과 아동·장애인 실종 업무를 전담팀 없이 함께 맡고 있다. 유형별 전문 수사 인력이 구분되지 않은 채 기존 강력 범죄 수사와 실종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현장 수사관들의 업무 과중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인력난이 결국 대면 확인 소홀이나 조기 종결의 유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류상으로 이미 종결된 사건의 실물 대면 여부를 일일이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강을 다잡으려는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보여주기식 일회성 점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크다.
철저한 팩트 체크와 투명한 사후 검증 시스템 정착,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쇄신책 마련이 수반돼야만 실무 보호망이 완성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박소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