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이솝우화>는 인간의 본성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야기 모음집이다.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 탐욕과 질투 등을 두루 담았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 읽어도 손색없는 문학 작품이다.
이솝우화 중 '개와 그림자'는 '욕심'에 대한 이야기다. '개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개로 착각하여 그 개가 물고 있는 고기를 욕심내 입을 벌리는 순간 자신이 물고 있던 고기를 물에 빠뜨린다'는 이야기다. 욕심이 지나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경고로 인간의 욕망을 풍자했다.
이솝우화가 서양 이야기라면 가득 차는 것을 경계하는 '계영배(戒盈杯)'는 동양의 이야기다. 계영배는 술잔이다. 가득 채우려 하면 술이 밑의 구멍으로 떨어져 술잔이 텅 비게 만들어졌다.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의미를 술잔에 담아냈으니 옛사람의 지혜가 놀랍다.
불가(佛家)에 '방하착 착득거(放下着 着得去)'라는 말이 있다. 당나라 때 선승 조주선사와 그의 제자 엄양존자의 대화에 나온다. <조주록(趙州錄)>에 실려 있다.
엄양존자 : 도(道)란 무엇입니까?
조주선사 : 내려놓아라.(放下着)
엄양존자 : 저는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합니까?
조주선사 : 내려놓아라.(放下着)
엄양존자 :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입니까?
조주선사 : 그렇다면 그것을 짊어지고 가라.(着得去)
방하착이 무엇을 내려놓을지 가려내는 것이라면, 착득거는 내려놓았다는 생각마저 내려놓고 가진 것을 그대로 쥔 채 가라는 것이다. 내려놓을 것과 지니고 갈 것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어쩌면 우리 인생은 비우고 채우는 과정의 연속일지 모른다. 내가 내려놓았다는 생각도, 내가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붙잡지 말고 비울 때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 개각 인사(改閣人事)로 나라가 시끄럽다. 멀쩡할 것 같은 사람도 타깃(target)이 되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듯한 검증에 온갖 허물이 다 나온다. 지키려는 쪽과 허물을 구실로 흠집을 내려는 쪽의 공방전이 치열하다. 어느 정권이나 인사 때마다 이러니 '쓸 만한 인재가 없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당나라 한유의 글 <잡설(雜說)>에 '세상에 백락(伯樂)이 있은 뒤에야 천리마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백락은 명마(名馬)를 알아보는 뛰어난 안목을 지닌 사람이다. 아무리 뛰어난 말이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저 짐수레나 끄는 평범한 말로 묻힌다는 뜻이다. 또한 '천리마는 언제나 있는 것이지만,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고 하여 인재는 많아도 인재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인재를 찾아내어 그 사람의 능력에 맞게 잘 쓰는 일은 진정 어려운가! 어딘가에 있을 이 땅의 천리마는 백락을 기다린다.
우리 속담에 '양손에 떡'이라는 말이 있다. 욕심을 부리다가 양쪽 다 놓치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다.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어느 하나도 내려놓지 못하다 결국 둘 다 놓치는 우(愚)를 인간 사회에서 종종 본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데 욕망대로 하는 것도 못할 짓이요, 욕망대로 못하는 것도 비극이라 어느 것을 붙잡고 어느 것을 내려놓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