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개

최창중전 단양교육장ㆍ소설가

2026.09.06 14:31:39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요즘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서너 개'를 '세네 개'로 발음하는 사람을 의외로 자주 만납니다. 언론계나 학계 출신이라는 인사들까지 버젓이 그런 단어를 사용하더군요. 그동안 맞춤법이 바뀌었나 싶어 관련 자료를 뒤져 보았지만, 그런 근거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기사심사부장을 지낸 홍성호 언론인의 글을 빌려 오용의 사례를 짚어 보겠습니다.

'예전 동네 구멍가게는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온갖 군것질거리를 해결했고, 어머니는 장이 서지 않을 땐 두부, 콩나물, 야채 등 반찬거리를 마련했다. 그런 구멍가게가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의 대형화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형 할인점이 소비자들에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한두 개만 필요한 물품인데 일부는 세네 개나 너댓 개씩 포장돼 있어 과소비를 부채질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 글 속에 나오는 '세네''너댓'은 올바른 우리말 표기가 아닙니다. '서너''너덧(네댓)'으로 표현해야 옳습니다. 수량을 나타내는 관형사 중 두 가지 수량을 한꺼번에 표시하는 것으로는 '한두, 두세, 서너, 너덧, 대여섯, 예닐곱' 등이 있지요. 이 중 '한두, 두세, 대여섯, 예닐곱' 등은 올바르게 쓰이는 데 반해 '서너'와 '너덧'은 '세네''너댓' 등으로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너'는 일부 단위를 나타내는 말 앞에 쓰여 '그 수량이 셋이나 넷임을 나타내는 말'이며, '너덧'은 '넷이나 다섯쯤 되는 수, 또는 그런 수'를 뜻하지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세네'라는 말은 없습니다. '세네 명' 같은 말이 규범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샘'에는 '세네'가 '서너'의 방언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우리말샘은 정식 단어는 아니지만 시중에서 많이 쓰는 말을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일종의 개방형 사전입니다.

필자가 경험하기로, 일 년 열두 달을 표기하는 경우에도 오용의 사례가 자주 발견됩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일 년은 열두 달이며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있습니다. 일월, 이월, 삼월, 사월, 오월, 유월, 칠월, 팔월, 구월, 시월, 십일월, 십이월…. 각 달의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음이 특이한 것이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월'과 '시월'의 발음이 그렇습니다. 왜 '육월' '십월'이라고 하지 않고 '유월' '시월'이라고 발음할까요? 사람들은 낱말을 발음할 때, 뜻을 전달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편하게 소리 내려고 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낱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 년 열두 달을 가리키는 낱말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지요. 그러하기에 발음하기 어려운 낱말을 자연스럽고 쉽게 소리 낼 수 있도록 '육월'을 '유월'로, '십월'을 '시월'로 발음하는 것이겠지요.

간단한 오류인데 오늘도 저명인사라는 탈을 쓰고 혹은 전문가라는 수식을 달고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패널들이 버젓이 잘못된 발음을 남발하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합니다.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았다면 벌이지 않을 실수를 번번이 저지르는 그들의 주장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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