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 - 나무의 속말

2026.09.01 15:58:41

ⓒ그래픽=챗지피티
나무의 속말

이상숙 충북시인협회회원

말이 자꾸 벽을 허무는 날이 있다

여미려 할수록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가
끝내 아무것도 풀어내지 못하는 날
그런 날은 나무를 생각한다

말이 궁해진 자리에서도 소리 없이
한 번 심긴 자리를 지키며
햇빛만으로 푸르러지는 나무

바람이 다녀간 가지에 이유를 내걸지 않고
흔들린 만큼 다시 일어서는 나무

혼자 비를 맞아 온몸이 젖어도
누군가 잠시 기대어 가면 조용히
제 그늘 한자리 내어주는 나무

오늘은
하늘에 가슴을 풀어
깊은 침묵의 마디마다 고요를 심고

바람의 자리에 초록을 발라
말보다 깊은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시간처럼
나무의 속말로 익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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