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해선 안 될 말

2026.09.01 17:13:51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여성 외모비하를 공격수단으로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의 생리현상까지 거침없이 조롱하곤 했다.

지난 2015년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TV토론 도중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실을 두고 트럼프는 "말하지 말라. 너무 역겹다"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자신에게 날 선 질문을 퍼붓는 폭스뉴스의 '메간 켈리' 기자에 대한 비아냥은 한층 더 노골적이었다.

"그녀가 생리 중이라 공화당 토론회에서 자신을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불평하던 그는 토론을 마친 후엔 켈리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했다며 "그의 눈에서 피가 나올 정도다. 다른 곳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폭언을 넘는 망발이었다.

미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공개로 알려진 트럼프의 막말은 특히 삼가야할 여성의 생리현상에 대한 조롱으로 공분을 샀다. 여성 생리증후군에 대한 편견 중 비이성적인 신경질을 부린다는 생각이 있다. 생리로 인한 신체적 변화는 사실이지만 판단력을 잃고 까칠해 진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최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 서울시청의 2026 WK리그 경기에서 난데없는 생리발언이 불거져 경기가 약 4분간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수원FC 위민 소속 지소연 선수는 상대의 거친 플레이를 주심에게 항의했다. 이날 주심은 여성심판 배선영이었다. 주심은 부심과 무선으로 교신을 하며 지소연에 대해 마뜩찮은 평가를 했다고 한다. 지소연이 들었던 주심의 말은 "얘가 초반부터 예민해. 생리하나봐"였다.

지소연은 "선생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저 다 들었거든요"라며 항의했지만 주심은 반응 없이 경기를 속개했다. 지소연이 계속해서 주심을 따라가며 '다시 한 번 말해보시라'고 항의하자 주심은 지소연에게 경고를 줬다. 그런 말씀하시면 '징계감'이라는 선수의 항의에 기분이 상한 심판이 경고카드를 빼든 것이다.

경고를 받은 뒤 벤치의 코칭스태프에게 사실을 알리자 코칭스태프도 주심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런 말을 한 게 사실이냐'고 추궁하는 코칭스태프에게 주심은 처음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 '우리 심판들끼리 한 말'이라며 얼버무렸다.

잡아떼는 심판의 태도에 화를 참지 못한 지소연은 물병을 집어 던졌다. 경기 중 심판에게 부적절한 희롱성 발언을 들은 데다 억울한 경고까지 받았으니 지소연은 화가 치밀할 만 했다, 하지만 물병을 집어던진 행동도 바람직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심판이 '생리'라는 단어를 콕 집어서 쓰지 않고 생리를 뜻하는 '걸스데이'라는 표현을 했다고 해명했다. 주심이 '오늘 양 팀이 왜 이렇게 민감하냐'고 하자 부심이 '걸스데이는 나인데'라고 답했으며 특정 선수를 직접적으로 지칭한 대화는 아니었다는 두루뭉술한 변명이다.

해당 단어를 은어로 바꿨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협회 측의 해명에 무게가 실린다면 발언의 수위와 발언의 주체가 바뀌게 된다. 해당 주심이 여성이라는 점도 사건처리에 참고가 될 분위기다.

'하지 않았다'에서 '했지만 다른 말로 돌려 표현했다'는 축구협회의 변명에 대해 지소연은 자신이 문제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당시 항의 장면은 중계화면에 남아있다.

조롱을 한 심판진에 대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터라 경고 누적으로 당장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된 선수만 답답해진 상황이다. 아무튼 모욕을 당한 지소연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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