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뒤에서 영화를 완성하는 소리, 제천서 만나는 한국 영화음악의 세계

제22회 JIMFF '뮤직인사이트' 본심에 7명 진출, 조영욱·달파란·김태성 등 제천서 관객과 직접 만나
영화의 감정·리듬·장면을 바꾸는 음악, 창작 과정 들여다보는 GV 잇따라

2026.08.26 14:27:34

영화음악 경쟁 부문 '뮤직인사이트' 본심에 오른 조영욱·달파란·김태성·김준석·김사월·정용진·이수빈 음악감독.

ⓒJIMFF
[충북일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때로 배우의 대사나 장면이 아니라 한 소절의 음악이다.

긴장감을 높이는 짧은 음향부터 인물의 감정을 대신하는 선율, 장면의 속도감을 결정하는 리듬까지 영화음악은 스크린 뒤에서 작품의 분위기와 서사를 완성하는 또 하나의 언어다.

이처럼 영화 속 음악의 역할과 창작 세계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제천에서 마련된다.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한국 영화음악의 현재를 조명하는 경쟁 부문 '뮤직인사이트'를 통해 영화와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올해 본심에는 조영욱, 달파란, 김태성, 김준석, 김사월, 정용진, 이수빈 등 한국 영화음악계를 대표하는 음악감독 7명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감독과 감독, 배우 등이 직접 관객을 만나 작품 속 음악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어쩔수가없다' 조영욱 음악감독과 박찬욱 감독.

ⓒJIMFF
대표적인 작품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다. '접속'을 비롯해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의 음악을 맡아온 조영욱 음악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뮤직인사이트' 본심에 올랐다.

영화제에서는 기존 상영본보다 약 20분 분량이 늘어난 '어쩔수가없다' 확장판이 9월 4일 극장에서 처음 공개된다. 상영 뒤에는 조영욱 음악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영화음악이 장면의 감정을 단순히 따라가는 작업이 아니라 영화의 리듬 자체를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점은 '하이파이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준석 음악감독은 강형철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춘 이번 작품에서 촬영 전부터 음악을 활용해 콘티를 구성하고 음악에 맞춰 촬영한 뒤 완성된 영상의 컷을 다시 박자에 맞추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하이파이브' 김준석 음악감독과 안재홍 배우.

ⓒJIMFF
음악과 영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낸 셈이다. 김준석 음악감독은 9월 4일 상영 후 안재홍 배우와 함께 관객을 만난다.

음악이 작품의 장르적 분위기를 결정하는 방식도 다양해 '윗집 사람들'의 달파란 음악감독은 장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접근을 택했다.

영화 '도둑들', '암살', '독전', '탈주'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음악적 색깔을 구축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특정한 스타일에 영화를 가두기보다 자유로운 음악적 형식을 활용했다.

또 '킹 오브 킹스'의 김태성 음악감독은 종교적 색채 자체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관계'에 주목했다.

'최종병기 활', '명량', '1987', '사바하', '파묘' 등에서 장르에 따라 음악의 표정을 바꿔온 김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동양적 시선으로 예수를 해석하는 음악을 시도했다. 장성호 감독과 함께 9월 5일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영화의 웃음과 음악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이반리 장만옥'의 김사월 음악감독은 중년 여성 퀴어 코미디라는 작품의 특성에 맞춰 음악으로 코미디의 리듬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음악이 배우들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고 장면의 웃음과 개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은 것.

여기에 '광장'의 정용진 음악감독은 인물과 장면이 가진 '호흡'을 음악에 담아냈고 '3670'의 이수빈 음악감독은 이전 작업과 차별화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음향 설정을 준비하는 등 작품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음악적 해법을 찾았다.

결국 올해 '뮤직인사이트'가 보여주는 것은 영화음악의 다양성이다.

같은 영화음악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어떤 음악감독은 장면의 박자를 설계하고 어떤 이는 인물의 관계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또 다른 음악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거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작품의 개성을 강화한다.

관객으로서는 영화가 완성된 결과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창작자들의 고민과 선택을 직접 확인할 기회인 셈이다.

'뮤직인사이트'는 한국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JIMFA) 수료생들의 예심 투표를 거쳐 본심 진출작을 선정하는 영화음악 경쟁 부문이다. 지난해 신설됐으며 국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5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영화와 음악을 따로 바라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음악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스크린에 비친 장면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창작의 뒷이야기를 음악감독과 감독의 목소리로 직접 확인하는 것. 그것이 올해 JIMFF가 관객에게 건네는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9월 3일부터 8일까지 제천시 일원에서 열린다.

제천 / 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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