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철이다. 산란을 마치고 여름에 충분한 먹이를 취한 전어는 가을이 시작되면 살에 지방이 올라 맛이 좋아진다. 그래서 '가을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는 속담이 따라 다니나 보다. 전어 머리조차 깨처럼 고소하다는 칭찬일 게다.
전어는 그물로 고기 떼를 둘러싼 후 배를 방망이로 두들긴 뒤, 장대 등으로 위협하여 놀란 고기들이 그물코에 꽂히게 만들어 잡는다. 다른 방법으로는 함정그물을 쳐 고기떼가 지나가는 통로를 막은 다음 고기떼를 가둘 수 있는 그물 쪽으로 유도하여 살아 있는 채로 잡기도 한다.
전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까다롭지 않다. 뼈째 마구 썰어서 날 것으로 먹거나, 소금을 뿌려 구이로 먹는다. 초고추장에 버무린 무침도 별미다. 젓갈도 유명해서 전어새끼인 전어사리로 담근 젓은 엽삭젓, 혹은 뒈미젓이란 어려운 이름이 붙어 있다.
내장만을 모아 담근 젓갈이 전어 속젓으로 내장 중에서도 위만을 모아 담은 것을 전어 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하는데 양이 많지 않아 귀하신 몸으로 대접 받는다.
잡자마자 소비하지 않으면 상하기 쉬운 생선이라 미처 팔지 못한 전어는 헐값에 떨이로 치웠기에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거저다 시피 먹을 수 있는 생선이었다. 열 마리 한 묶음으로 화살처럼 엮어 팔았던 전어를 조상들은 화살 전자 전어(箭魚)로 썼다.
화살 전(箭)자 전어가 이름이 바뀌어 돈 전(錢)자 전어(錢魚)가 된 것은 몸값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837년 서유구(徐有榘)선생이 집필한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연구서 '난호어목지'는 돈 전자를 쓰는 전어를 이렇게 설명했다.
"살에 잔가시가 많지만 부드러워 목에 걸리지 않으며 씹으면 기름지고 맛이 좋다.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에 파는데 귀천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진귀하게 여긴다. 그 맛이 좋아서 사는 사람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
서유구는 일종의 농업 백과사전식 저서 '임원경제지'에서도 재차 전어의 인기를 강조했다. 제철 전어 가격이 한 마리 당 비단 한 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으며, 한성 사람들이 돈 생각하지 않고 전어를 찾는다 하여 돈 전(錢)자 전어(錢魚)로 부른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얼마나 전어 맛에 홀렸기에 한 마리 당 비단 한 필이란 말이 생겼을까.
가을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다시 발길을 돌린다는 속담이 있다. 시집살이가 지긋지긋해 가출했던 며느리가 돌아 올 정도로 전어 굽는 냄새가 고소하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전어구이를 먹지 않았다는 말이 있다.
일본에서는 전어를 '고노시로(子の代)'라 한다. '자식대신'이라는 별난 이름이다. 옛날 일본의 어느 마을 늙은 영주가 마을 촌부 외동딸의 미모에 반해 첩으로 삼으려 했다. 딸을 늙은이에게 뺐기기 싫었던 부모는 '딸이 병들어 죽었다'고 속였다.
영주가 신하를 보내 처녀의 죽음을 확인하려하자 부모는 빈 관에 상한 물고기를 가득 채워 넣고 불을 붙였다. 관에 넣은 물고기가 바로 전어였는데 상한 전어 타는 냄새가 시신 타는 냄새와 흡사했던지라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자식 대신에 태운 물고기 '고노시로'를 구이로 먹지 않는 풍습이 생겼단다.
여름에 잡히는 전어는 개, 돼지도 먹지 않는다지만 입추와 처서가 지난 요즘 전어는 뼈가 억세지기 전이어서 뼈째 써는 회 '세꼬시'로 즐기기에 썩 좋다. 며칠 전 전어 비빔회와 구이를 가을맞이 별미로 맛보았는데 뼈와 가시가 연한 전어회는 씹기도 전에 녹는 맛이었다. 일 년을 기다리던 전어축제가 시작됐으나 폭염과 고수온으로 전어 어획량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러다 전어(錢魚)가 금어(金魚)로 바뀔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