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인 줄 알았는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평온하던 일상에 던져진 날카로운 돌멩이와 같다. 동생이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그 날,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청천벽력 같은 고통 속에서 절망하기보다, 동생은 오히려 담담하게 마음을 추스르며 우리를 위로했다.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왜 없었겠느냐 마는, 동생은 수술대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간절한 기도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추가적인 항암도 필요 없다는 좋은 소식을 전했다.
운이 좋게도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없이 수술을 마쳤지만, 수술 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동생은 가족 모두를 고생시키는 것보다 전문적인 치료와 쉼이 가능한 요양병원을 선택했다. 씩씩하게 혼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 간 동생은 병원에서의 일상을 사진으로 보내며 안심시켰다. 차려진 음식은 집에서 챙기기 어려울 정도로 진수성찬이었다.
주말을 맞아 동생을 보러 가는 길,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무겁고 차가운 이미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을 만난 순간, 그런 걱정은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졌다. 멀리서 걸어오는 동생의 얼굴이 몰라보게 환하고 건강해 보였다. 미리 점심을 같이 먹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면회실 식탁 위에 준비되어 있었다. 병원 밥은 싱겁고 맛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음식이었다. 환자들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정성껏 차려진 영양 식단은 신선한 제철 채소와 정갈한 고기 요리, 그리고 따뜻한 국물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맛깔스러운 음식에 마음이 놓였다.
식사를 마친 후 동생과 러닝머신을 뛰었다.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요일마다 있어서 참여한다며 쉴 새 없이 말한다. 둘러본 요양병원의 일상은 마치 아늑한 휴양지에 온 듯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세 명이 함께 쓰는 병실에는 저녁에 잠잘 때만 들어간다며, 영화도 보고 잠깐씩 밖에도 나갔다가 오느라 바쁘다고 한다. 운동이 끝나고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 안는 온열 찜질을 하며 몸 안의 독소와 피로를 풀어냈다.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생이 병을 이겨내는 삶의 태도가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상념에 젖어 한강을 바라본다. 무엇보다 가장 감사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겨주는 동생의 마음가짐이다. 병을 원망하며 주저앉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치료의 시간을 삶의 또 다른 여유로 바꾸어 낸 동생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큰 시련을 겪었지만, 동생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깊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건강해질 내일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