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집 아래 놓인 마음

2026.08.18 14:35:04

김경숙

(전)청주시평생학습관장

어느 날 경로당에 들어서는데 현관 바닥에 신문지 한 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왜 하필 여기에 신문지를 깔아 놓았을까?'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다 무심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뜻밖의 풍경이 있었다. 처마 안쪽 좁은 틈새에 진흙을 물어다 단단하게 지은 제비집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어릴 적에는 집집마다 처마 밑에 제비집이 흔했다. 봄이면 어디선가 날아온 제비들이 처마 밑을 들락거렸고, 새끼들이 노란 부리를 벌리면 어미 제비는 쉴 새 없이 먹이를 물어다 날랐다.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그 모습을 올려다보는 일도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가 늘어나고 주거환경이 달라지면서 그런 풍경도 어느새 보기 어려워졌다.

다시 바닥의 신문지를 내려다보았다. 여기저기 제비의 배설물이 떨어져 있었다. 그제야 신문지를 깔아 놓은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제비 가족을 쫓아내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가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나는 잠시 부끄러워졌다.

처음에는 '제비집을 없애면 간단할 텐데 왜 굳이 신문지까지 깔았을까' 하는 생각부터 했기 때문이다. 깨끗함과 편리함을 먼저 생각한 나와 달리 어르신들은 조금 번거로운 쪽을 택했다.

없애면 편하지만 품어 주기로 한 것이다. 그 작은 선택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에게는 신문지 한 장을 갈아 까는 작은 수고에 불과하지만, 처마 밑 제비 가족에게는 삶의 터전을 지켜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조금 불편하면 다른 누군가는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 어쩌면 함께 산다는 것은 그런 작은 불편을 서로 나누어 갖는 일인지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사람과 자연의 경계가 지금처럼 분명하지 않았다. 처마 한쪽에는 제비가 집을 짓고, 마당에는 강아지가 뛰어다녔다. 담장 아래 이름 모를 풀꽃이 피고, 나무에는 새들이 날아와 쉬었다. 사람들은 그것들을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 들러 경로당에서 본 제비집 이야기를 전해드렸다. 어머니는 당연하다는 듯 말씀하셨다.

"제비집은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야."

짧은 말씀이었지만 그 속에는 오래 살아온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세대에게 제비는 단순히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새가 아니었을 것이다. 봄이면 돌아와 계절을 알리고, 한 지붕 아래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다 때가 되면 다시 떠나는 익숙한 이웃이었다.

우리는 참 편리한 세상을 살아간다. 불편한 것은 없애고, 번거로운 것은 줄이고,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덕분에 우리의 삶은 훨씬 편안해졌다.

그러나 편리함이 언제나 좋은 답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함께 지킬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밀어내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고, 그가 머물 작은 자리 하나를 남겨 두는 것.

그것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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