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기술'이 지킨 골목길, 안전은 사람에게서 시작

2026.08.12 15:55:14

김민호

보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교

우리는 화재 예방을 소방관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역을 가장 안전하게 만드는 힘은 주민의 참여에서 시작된다. 올봄 보은소방서가 봄철 특수시책으로 생활안전 강화를 추진하면서, 그 사실을 현장에서 다시 배웠다.

주인공은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 노인역량활용사업으로 활동 중인 '시니어소방안전단' 어르신들이다. 처음에는 소화전과 소방시설을 순찰하는 일자리 활동이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현장을 누비며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녹슬고 가려져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소화전들이 골목마다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그때 어르신들이 말했다. "재료만 지원해 주면 우리가 직접 해보겠다" 평생 미장·도장·단청·서예 등으로 손기술을 다져온 분들이, 자신의 '평생 기술'을 지역 안전을 위해 다시 꺼내 든 순간이었다.

정비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녹 제거, 방청, 하도·중도·상도 도색, 글씨 채색까지 공정을 반복하며 소화전을 새것처럼 되살려 냈다.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결과는 단단했다. 무엇보다 골목길이 밝아졌고, 주민들도 소화전 주변을 함부로 어지럽히지 않기 시작했다. '소화전 주변 5m 주차금지' 같은 안전문화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경제적 효과도 있다. 전문업체에 맡기면 큰 비용이 드는 일을, 어르신들은 재료비 중심으로 수행해 예산 절감에 기여했다. 

소방은 불을 끄는 조직이기도 하지만, 불이 나지 않게 만드는 조직이다. 그리고 예방은 혼자 할 수 없다. 보은소방서는 앞으로도 주민 참여형 안전활동을 더 발굴·확대하겠다. 안전은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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