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생활에너지 전환, 햇빛소득마을로 시작하자

2026.08.18 14:43:35

이재화

충북도의원

농촌 마을을 다니다 보면 어르신들께서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것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농자재 가격과 전기요금은 오르는데 농가소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청년이 떠난 자리에는 빈집과 유휴부지가 늘고,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일도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농촌에 새로운 소득과 활력을 만들어 줄 대안이 바로 '햇빛소득마을'이다.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발전시설을 몇 곳 세우는 사업이 아니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창고와 주차장, 공공시설 지붕, 유휴부지 등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전력 판매 수익을 주민과 마을에 돌려주는 사업이다. 외부 사업자가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과 달리 주민이 사업의 주인이 되고 마을 전체가 혜택을 나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도 햇빛소득마을을 기후위기와 농촌소멸에 함께 대응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6년 1차 공모에서 전국 86개 마을을 선정했으며 태양광 설치비의 최대 85%까지 금융 지원할 계획이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도 주민 참여의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제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시설 확대에서 주민 참여와 이익 공유로 옮겨야 한다.


충북도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도내 20개 마을이 신청해 청주와 보은 각 2곳, 충주·옥천·괴산·진천 각 1곳, 음성 7곳 등 모두 15개 마을이 1차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성과다. 그러나 상당수 마을은 부지와 자금조달, 전력계통 연계 등을 보완해야 한다. 선정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발전시설이 가동되고 그 수익이 주민의 삶에 보탬이 될 때 비로소 정책의 성과라 할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의 '햇빛·바람연금'은 좋은 본보기다. 주민참여형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이익을 주민에게 배당하고 조례와 지원체계로 뒷받침하고 있다. 주민이 배제된 발전 사업은 갈등을 낳지만 주민이 주인이 되어 이익을 나누면 재생에너지는 지역을 살리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충북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도와 시·군,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가 함께하는 전담지원체계를 구축해 협동조합 설립부터 부지 확보, 인허가, 금융과 계통 연계까지 지원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한 마을에는 현장 중심의 컨설팅도 제공해야 한다.


발전수익이 주민 배당에 그쳐서도 안 된다. 마을 돌봄과 공동급식, 경로당 운영, 취약계층 에너지비 지원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동의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햇빛소득마을이 발전사업을 넘어 농촌복지와 공동체 회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 동의와 투명성이 먼저다. 우량농지와 산림 훼손은 피하고 건축물 지붕과 주차장 등 유휴공간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 사업비와 예상 수익, 배분 기준을 공개하고 마을총회를 통해 결정해야 갈등을 막을 수 있다.


충북의 햇빛이 외부 사업자의 수익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 마을을 지켜온 주민의 소득이 되고 어르신의 생활비가 되며, 청년이 돌아올 희망이 돼야 한다. 이번에 선정된 15개 마을이 충북형 햇빛소득마을 확산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충북도와 시·군, 관계기관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사업의 정착과 확산에 힘을 모아야 한다. 농촌 생활에너지 전환, 이제 주민이 주인이 되는 햇빛소득마을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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