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제시한 폐 버스 리모델링 아이디어는 꽤 구체적이다. 그는 가구당 5000만 원씩 5000억 원에 불과한 비용으로 청년들에게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며 흐뭇해했다.
3선 의원의 뜬금이 없는 주장에 여론이 악화되자 자신의 게시글을 내리며 뱉은 변명 역시 어처구니가 없었다. 버스 하우스 개념은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하자는 차원의 순수한 개인 아이디어라는 그의 발언이 아무래도 풍부한 아이디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보여서다.
'이동 형이나 트레일러 형 등으로 개조하면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임시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국회의원의 얼척 없는 아이디어는 순발력 있는 주거 불안 청년들에 의해 '버스 하우스' 관련 밈으로 패러디됐다.
'버스 하우스' 밈은 고급 아파트 브랜드에 '폐 버스' 이미지를 얹어 작명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이동이 가능한 버스를 롯데 캐슬 아파트단지와 결합한 '더 퍼스트 무빙 캐슬', 자동차의 휠을 한남 더 힐에 교묘하게 끼어 넣은 '한남 더 휠', 포터 차와 아파트 이름을 조합한 '반포터 자이'등이 대표적 폐 버스 하우스 단지의 이름이다.
'청년 버스 부동산 매물 소식'이라는 콘텐츠에는 1500만 원 정도의 매매 호가와 함께 '해당 프리미엄 물건 문의 급증으로 매매 호가가 실시간 변동 중이니 실수요자분들은 빠르게 움직여주시길 바란다'는 당부가 곁들여 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온 '폐 버스 청년주택 가상 브이로그' 인터뷰 영상은 조롱이 한층 냉소적이다. 폐 버스를 개조한 주택을 찾은 유튜버에게 가상 입주민은 "여름에는 버스 안이 찜질방이 되고 겨울에는 냉동고가 된다"며 폐 버스 하우스의 신통한 기능을 칭찬한다.
분노를 조롱으로 희화한 청년들의 밈들을 보고 있자니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가요의 한 구절이 돌처럼 가슴을 짓누른다. 아주 무겁고 날카롭게 각진 돌이다.
내가 거처할 곳을 구할 때는 반드시 이웃을 가려서 하라는 '거필택린(居必擇隣)'은 주거환경의 중요함을 강조한 말로 안자춘추(晏子春秋)의 고사에서 유래했다.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 무제의 신하 여승진(呂僧珍)은 명망 높은 관리였다. 겸손한 청백리였던 그를 많은 사람이 존경했다. 그를 흠모하던 송계아(宋季雅)라는 관리가 공직에서 물러나 살 집을 보러 다녔는데, 주위에서 추천하는 좋은 집들을 물리치고 굳이 시세의 열 배를 쳐주고 여승진 이웃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터무니없는 웃돈을 지불한 송계아를 흉보며 마을 사람들은 어리석은 자라 혀를 찼다.
이유를 묻는 여승진에게 송계아가 대답했다. "저는 평소 선생님을 존경하고 흠모해 죽기 전 선생님 가까이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백만금은 집값으로 지급했고(百萬買宅:백만매택), 천만금(千萬金)은 선생님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千萬買隣:천만매린)으로 썼지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버려진 폐차를 청년들의 주거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황 의원에게 전해주고픈 '거필택린'의 지혜다. 버려진 폐차들은 폐기물을 실어 폐차장에 모아놓는 것이 맞다. 만일 황 의원이 생각을 바꿔 청년들 대신 국회의원실을 폐 버스 하우스로 활용하겠다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정하겠다. 아니, 두 팔을 높이 들어 응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