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제 순환 근무 방식 더 논의해라

2026.08.11 19:12:02

[충북일보] 경찰청이 한 지역 장기복무자 강제 순환 인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우려되는 경찰 조직의 향찰화를 막기 위한 선조치다. 다시 말해 비대 권력 통제 장치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정 아래 계급인 경감 이하 10년 이상 장기 근무자 포함 가능성이 크다.


충북의 경우 한 지역 장기 근무 경향이 뚜렷하다. 충북경찰청 소속 경찰관 3천954명 중 10년 이상 동일 경찰서에서 근무한 인원은 857명이다. 전체의 21.7%에 달했다. 전국 평균(18%)을 웃도는 수치다. 전북(23.8%)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경찰관 5명 중 1명꼴로 특정 지역에 장기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강제 순환 인사 대상이 많다는 얘기다. 경찰 내부 반발은 아주 강하다. 일선에서 먼저 나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산하 '강제 순환 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가 주축이 됐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집단 삭발 투쟁에 돌입했다. 현장에 참여한 충북경찰청 소속 민관기 공동위원장은 "사건의 진실 규명 전에 현장과의 소통 없이 밀어붙이는 강제 순환 인사와 감찰 증원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대다수 현장 경찰관에게까지 일괄 적용하기보다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있는 간부급을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쟁위는 정책 철회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서울 경찰청 정문 앞에서 2차 삭발 투쟁을 이어갔다.


경찰의 강제 순환 인사제도 도입 논의는 장윤기 여고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증폭됐다.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 의혹이 불거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특정 지역 장기간 근무 경찰관이 지역 유지나 공직자들과 유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이른바 경찰의 향찰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다. 충분히 의미 있는 도입 취지다. 그러나 잦은 인사이동은 현장 대응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 수사의 연속성도 약화할 수 있다. 치안 인력이 부족한 농촌 지역 등에선 치안 공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사 과정에서 사건 은폐나 부실 수사가 장기복무에서 비롯됐다는 증거는 없다. 되레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나 실적 중심의 평가에서 비롯된다. 부실한 감찰 시스템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지휘체계 등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이런 것부터 바로 잡고 없애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강제 순환 근무가 그저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내부 불만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국민이 원하는 건 공정한 수사와 책임 있는 경찰이다. 한 지역 장기복무 경찰관의 순환 근무가 보완책일 수는 있다. 하지만 만능 처방은 아니다. 냉정하게 잘 따져봐야 한다.


장기 근무가 가져올 위험은 분명히 있다. 최근 벌어진 여러 사건에서도 분명히 증명됐다. 순환 근무는 조직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지역사회와 유착 가능성을 줄일 수도 있다. 지금부터는 어떤 기준으로 순환하고, 전문성을 유지할지 논의해야 한다. 단순히 근무자 이동 주기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수사 분야별 전문성 유지와 생활 기반 변화에 따른 부담 완화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현장 경찰관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강제 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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