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정북동 토성 인근에 자리 잡은 카페 '토성마을'은 사계절 달라지는 풍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붐빈다. 5년 전 심었던 꽃들이 지금의 토성마을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봄의 데이지 꽃밭이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 대신 토성마을을 하얗게 꾸며줄 아름다운 작물을 고심하다 데이지로 결정했다.
첫해에는 풀만 무성하던 식물이 다음 해 봄 하얀 꽃망울을 터뜨리며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데이지와 어울리는 예쁜 옷차림을 하고 찾아온 손님들이 자신의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사람들의 행렬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알고리즘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해가 바뀌고도 꽃의 계절은 여전히 인기였다. 처음에는 데이지 꽃밭을 중심으로 그늘을 가려놓는 정도에 그쳤던 두 개의 야외 테이블이 앞뒤를 투명한 유리로 만든 통나무 삼각 오두막 여덟 동으로 늘었다. 보기에도 예쁘고 안에서 보는 풍경도 예쁜 이곳은 일행과 오붓한 공간에서 꽃을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구조다. 독립적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캠핑이나 여행 분위기를 연출한다. 꽃이 한창인 계절에는 대기 예약이 계속돼 어쩔 수 없이 시간제한을 둘 정도다.
토성마을은 2021년 6월, 어머니가 제분공장으로 이용하던 건물 모퉁이에 작은 여유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건축을 전공한 박형규 대표의 시도였다.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의 경험에 가치를 뒀다. 정북동 토성과 가까운 이곳에 자신이 상상하고 기획한 토성마을을 연출해보고자 했다. 옥수수와 고추 등 농산물을 재배하던 땅에서 볼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화훼 작물로의 전환이 이뤄졌다. 아버지와 합심해 온실 동을 만들고 작물 관리에도 최선을 다했다. 온실에서 키워 마당으로 나간 작물들이 곳곳에 자리 잡았다.
계절마다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구획을 나눠 파종하고 키운 것은 봄의 데이지, 여름의 수국, 가을의 핑크뮬리, 겨울을 위한 목화다. 인근에 펼쳐진 논과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핑크뮬리까지 모두 1400평에 이르는 대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재배 작업에 나서야 한다. 몸이 힘든 만큼 사계절 내내 짜임새 있는 풍경이 만들어지는 덕에 토성마을은 언제 찾아와도 한껏 거닐고 싶어지는 장소가 됐다.
풍경 맛집이라고 커피 맛에 소홀할 수는 없다. 커피가 맛있어서 굳이 이곳까지 찾아드는 손님들이 있을 만큼 마시기 편안한 커피를 추구하고 있다. 몇 모금 마시고 마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맛있게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입안으로 털어 넣는 고소한 커피다. 그 맛을 알고 찾아온 손님들이 평일 낮에도 내부를 가득 채운다. 매일 굽는 20여 가지 베이커리 메뉴도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쫀득하면서 바싹하게 굽는 소금빵이다. 플레인을 비롯해 10가지 종류의 소금빵이 선택의 폭을 넓히는데 그중 칠리명란 소금빵은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이 꼭 들고 가는 메뉴다. 토성마을에서 재배한 고구마로 만든 꿀 고구마 휘낭시에도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다.
토성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땅에서 나는 무언가를 활용해 만든 시그니처 커피는 5년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토성 커피다. 방앗간에서 제분해 비법 비율로 섞은 두 가지 곡물을 크림으로 만들어 올린다. 은은하게 남는 고소함과 달콤함이 풍경과 함께 맛을 배가시킨다.
형규씨는 어느 계절에도 토성마을을 떠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볼거리를 찾고 있다. 새벽부터 작물을 관리하는 부지런함으로 다음 해 계절을 내다본다. 토성마을을 찾아가 기대하던 풍경을 놓쳤다고 아쉬워 할 필요 없다. 언제든 다음 계절을 물들일 또 다른 아름다움을 기대하며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희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