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스 PM
작년에는 '쿠지'라면 올해는 '오리파'를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오리파'는 '오리지널 팩'의 줄임말로, 카드샵이 매입한 카드를 재구성해 무작위로 판매하는 일본식 랜덤 상품입니다. 본래는 손님의 카드를 사들이는 '카이토리(매입)' 서비스를 운영하는 매장이 쌓이는 재고의 손실을 방어하며 손님에게는 소소한 개봉의 재미를 돌려주던, 말하자면 매장 운영의 보조 수단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올해 트레이딩카드 시장이 유례없는 주목을 받으면서, 이 작은 재미는 더 이상 작지 않은 산업이 됐습니다.
규모가 이를 증명합니다. 온라인 오리파 대형 업체인 일본트레카센터는 최근 결산공고에서 한 회계연도 순이익만 약 23억5천만 엔을 기록해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판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면 화려한 연출과 함께 결과가 공개되고, 뽑은 카드를 발송받는 대신 그 자리에서 포인트로 되팔 수도 있습니다. 개봉 영상 콘텐츠와 결합해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 중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법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변호사들의 해설을 종합하면, 어떤 팩을 뽑아도 카드라는 '물품'이 반드시 제공되는 오리파에는 도박죄를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봉입하지 않은 카드를 미끼로 내세우는 광고나 과장된 확률 표시는 경품표시법 위반 소지가 있고, 판매 방식에 따라 도박성이 짙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합니다. 중고 카드를 다루는 이상 고물영업법, 통신판매라면 특정상거래법의 표시 의무도 함께 걸립니다. 재미로 포장된 상품이 사실상 복권처럼 소비되는 셈입니다.
결국 정치권도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난 7월 23일 일본 자민당은 기하라 세이지 의원을 회장으로 하는 '트레카 의원연맹'을 발족했습니다. 2025년도 일본 트레카 시장 규모가 약 3,384억 엔에 이른 가운데, 위조품 유통과 전매 목적의 대량 구매 등 그간 점포와 개인에게 맡겨져 있던 거래 환경의 룰을 정비하겠다는 것입니다. 기하라 회장은 설립총회에서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건전한 시장 육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일본 전문지들과 여론은 이 흐름이 오리파 업계의 로비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내놓습니다.
한국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올해 포켓몬카드 광풍과 함께 오리파는 미성년자까지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자체 오리파를 판매하는 등 빠르게 번졌고, 플랫폼을 막론하여 계좌이체 판매가 동반된 라이브 개봉 중계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확률 고지, 구성품 검증, 환불 기준 어느 것 하나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은 운영자의 양심에만 기대어 위험한 거래의 관행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초 대만에서는 카드 위탁과 선입금을 받던 매장 샤오양 카드사(小羊卡牌社)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3천여 명이 최대 130억 원대의 피해를 봤고, 같은 보도는 동일한 거래 관행이 한국에도 퍼져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재미는 수집 문화의 심장입니다. 오리파 역시 건전한 선에서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재미가 사행으로 번지는 순간, 그 대가는 뒤늦게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일본이 의원연맹까지 만들어 룰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금, 한국도 선을 넘기 전에 기준부터 세워야 한다고 매번 느낍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는 이미 이웃의 사례로 목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