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연 청주지방법원장은 현재 청주지법이 가사·소년·가족관계등록 사건 등을 처리하고 있으나 독립된 가정법원 체제와 비교해 전문 인력과 조직 운영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조 법원장은 "이제는 설치 여부를 논의할 단계를 지나 언제 도민들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가정법원 설치가 사법 서비스 형평성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가사·소년 사건은 일반 민사·형사 사건과 결을 달리한다. 단순히 승패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관계 회복, 미성년 자녀의 복리, 당사자의 심리적 상태를 아우르는 후견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조 법원장은 "이혼 및 양육권 분쟁뿐만 아니라 비행이나 방황의 기로에 선 소년보호 사건 역시 법원의 판단 이후 당사자의 삶이 계속 이어진다"며 "법원은 엄벌에만 그치지 않고 상담과 보호처분, 복지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의 이 같은 소신은 서울가정법원 재직 시절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조 법원장은 "이혼이나 가출을 겪고 '내가 잘못해서 부모가 떠났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눈조차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던 아이가 서울가정법원이 마련한 만남의 자리에서 부모의 품에 안겨 평온을 되찾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안도와 희망으로 가득 찼던 그 아이의 눈빛을 충북의 아이들에게도 꼭 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따뜻한 사법'을 현장에 안착시키기까지 과제가 적지 않다. 독립된 가정법원이 없는 현 체제에서는 전담 법관과 조사관, 전문 상담 인프라를 갖추는 데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이에 대해 조 법원장은 "전문 인력 배정은 법원 내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하고, 공간 문제 역시 법원 인근 신축이나 내부 재조정 등 다각도의 방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청주지방법원은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단계별 준비 사항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특히 충북도와 시·군, 교육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지역 유관 기관과 연계한 '사법-복지 거버넌스'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 법원장은 "도·농 복합 도시와 고령 인구 등 충북의 특성을 반영해 사건 이후에도 가족과 청소년이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돕겠다"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충북의 실정에 맞는 가장 이상적인 가정법원 모델을 완성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법원이 분쟁의 상처를 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물러서는 곳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을 품고 새로운 문을 나서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충북에 가정법원 설치가 시급한 이유다.
이제 남은 것은 소모적인 추가 논의가 아니라 실행을 향한 결단이다. 166만 도민의 정당한 권리인 '사법 주권 회복'을 위해 국회와 정부, 지역 사회가 한목소리로 응답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 박소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