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평화연구소장
과거에도 DMZ 내 기습적인 직접 충돌은 존재했다. 하지만 DMZ 공간 자체를 임의로 축소하거나 변형하는 행위는 없었다. 현재 북한은 비무장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너뜨리며 대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최전방 감시초소(GP) 간 거리가 압박감을 줄 만큼 가까워지고, 양측 군대가 코앞에서 맞부딪히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우리 안보에 심각한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행위를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공격 목적의 중화기 반입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를 '방어적 활동'으로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온도 차를 보인다. 우리 정부가 안보위협의 심각성을 제기하는데도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사가 DMZ 내 북한의 행위를 두고 우리 측과 이견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말에도 정부가 학술연구나 관광 등 비군사적 목적에 한해 출입을 허용하는 '비무장지대법'을 추진했으나, 유엔사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된 바 있다.
이번 북한의 군사분계선 근접 공사는 매우 현실적인 안보 위협이다. 경계선의 모호성으로 인해 우발적 물리 충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남북 간 전면전을 막아주던 최소한의 안전핀이 완전히 뽑혀 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종전 이후 DMZ가 일종의 기계적 평화를 유지해 준 물리적 방어벽이었다면, 이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변모한 셈이다.
완충지대 상실이 가져올 가장 시급한 문제는 '통제 불능'의 우발적 충돌이다. 현재 DMZ는 작은 실수 하나가 곧바로 국지전이나 교전 상태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야생동물로 인한 지뢰 폭발, GP에서의 오발 사고, 북한군 귀순이나 민간인 월북 과정에서의 오인, 수색대대 작전 중 의도치 않은 침범 등이 일어날 경우, 과거의 경고사격이 이제는 곧바로 조준사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완충 구역의 여유가 있어 상호 오해를 풀 시간적 유예가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거리가 좁혀진 상태에서는 이성적 판단보다 본능적인 자위권 행사가 앞설 수밖에 없다.
지금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이 두절된 상태다. 정상적인 정기 훈련이나 시설 보수 작업조차 상대방에게 기습 도발로 오인당할 수 있다. 상호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 보니 최전방 병사들의 신경도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어 순간적인 돌발 상황을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군사적 핫라인마저 끊긴 먹통 상황에서 벌어지는 오인 사격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전방의 불안감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국민 전체의 안보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완충공간이 사라져가면서 MDL이 군사적 대치선이 될까 걱정이다. 이제 우리 군은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고도의 매뉴얼을 다듬는 동시에, 유엔사와도 현실적인 공조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주권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단호하고 정교한 현장 대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안보 체계는 위기가 터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같은 평상시에 완벽히 구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