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읍 행정복지센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신청 첫날 주민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접수 안내를 받고 있다.
ⓒ이진경기자
[충북일보] "오늘은 죽전1·2리, 지산1·2리 신청일입니다."
15일 오전 9시 보은읍 행정복지센터. 유리문에 붙은 안내문을 지나자 입구 홀이 먼저 사람들로 들어찼다. 길게 늘어선 줄은 없었지만, 네 줄로 놓인 의자에는 이미 20여 명의 주민들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신청서를 들여다봤고, 누군가는 직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도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노인, 전동보행차를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서는 주민, 딸의 팔을 잡고 함께 온 어머니, 손을 맞잡은 노부부까지. 행정복지센터 문은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혔다.
"신청은 어디서 하면 돼요?" "오늘이 우리 마을 신청하는 날 맞죠?"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직원들은 신청서 작성을 돕고, 다른 직원들은 카드 발급 여부를 확인했다. 처음 접하는 제도인 만큼 문의는 끊이지 않았다. 주민 한 명을 안내하면 또 다른 주민이 들어섰고, 설명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신청자를 맞았다.
주민들이 보은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농어촌 기본소득 신청을 위해 접수창구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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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홀은 사실상 '접수창구'였다. 신청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작성하는 직원도 있었고, 신분증과 결초보은상품권 카드를 확인해 주는 직원도 있었다. 서류 작성과 확인을 마친 주민들은 민원실 안쪽 접수창구로 이동해 접수를 마쳤다. 신청과 접수를 분리한 덕분에 대기줄은 길지 않았지만 현장은 쉼 없이 분주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한여름 더위는 피할 수 없었다. 청사 외벽 공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홀에는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 두 대가 연신 돌아갔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부채질을 하거나 손수건으로 연신 이마의 땀을 닦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음 달부터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없었다.
보은읍은 첫날 접수를 위해 군청 지원 인력 4명을 포함해 모두 2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신청서를 미리 작성해 오는 것이 원칙이지만 고령층이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직원들이 이름을 확인한 뒤 사전에 출력한 신청서를 건네고, 전화번호 등 필요한 내용만 함께 작성하도록 도왔다. 한 달 전부터 결초보은상품권 카드를 미리 발급받도록 집중 안내한 것도 접수 시간을 줄이기 위한 준비였다.
보은읍 관계자는 "마을별로 신청 날짜를 나눠 접수하면서 첫날부터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어려움 없이 신청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보은읍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고령 주민과 함께 신청서를 작성하며 농어촌 기본소득 신청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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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을 마친 주민들은 저마다 기본소득의 쓰임새를 이야기했다.
죽전리의 70대 주민은 "서민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받게 되면 당연히 보은에서 쓰고,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순(66) 씨는 "매달 16만원이면 생필품을 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변에서는 좋아하는 분위기지만 세금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고 전했다.
홀로 사는 75세 주민은 "병원도 가야 하고 약도 사야 한다"며 "첫 지급금을 받으면 선풍기 같은 생활용품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80세 주민도 "생활비에 보태고 병원에도 가야 한다. 쓸 곳이 정말 많다"며 웃었다.
보은군은 이날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11개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집중 신청을 받는다. 대상자는 매달 1인당 16만원의 결초보은상품권을 지급받는다. 정부 지원금 15만원에 군비 1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날 최재형 군수도 보은읍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접수 상황을 살피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어 직원들에게 "신청 대상자가 한 명도 빠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안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은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선정 이후 4주 동안 798명이 새로 전입한 것으로 집계했다. 군은 내년 말까지 약 900억원 규모의 기본소득이 결초보은상품권으로 지급돼 지역 안에서 순환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은 / 이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