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호우가 지나간 무심천변 피클볼장 네트에 부유물이 널려있다.
ⓒ박소담기자
[충북일보] 청주시가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무심천 피클볼장과 그라운드골프장이 개장 첫해부터 집중호우로 침수되면서, 시설 부지 선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일 호우특보가 발효된 청주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자, 무심천 수위가 급상승하며 둔치에 조성된 체육시설이 흙탕물에 잠겼다.
이 여파로 피클볼장과 그라운드골프장은 밀려든 토사와 부유물로 뒤덮였다. 일부 구조물은 급류를 이기지 못해 파손됐으며, 그라운드골프장 펜스가 전도되고 인조잔디가 들리는 등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무심천변에 조성된 피클볼장과 그라운드 골프장 항공사진(빨간네모).
ⓒ청주시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거세다. 해당 부지가 상습 침수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시가 무리하게 체육시설을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청주시는 지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흥덕구 운천동 무심천 둔치 7,737㎡ 부지에 15억 원을 들여 피클볼장 6면과 그라운드골프장, 화장실 등을 조성했다.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적법하게 하천점용허가를 받았으나, 기상 이변이 잦은 최근의 자연재해 양상을 고려하지 않은 입지 선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무심천변 피클볼 경기장 앞 설치된 안내문.
ⓒ박소담기자
청주시 체육시설과 관계자는 부지 선정 배경에 대해 "그라운드골프협회 등 300여 명의 회원들이 평탄화된 체육시설 조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며 "도심 내 부지 매입은 20억~3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예산 효율성과 절감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무심천 둔치를 활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시는 침수 대비 보강공사를 실시했음에도 발생한 이번 피해에 대해 기록적인 국지성 호우를 원인으로 꼽았다. 시 관계자는 "부유물이 네트에 걸려 파손까지 이어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년부터는 장마철 전 네트를 전면 철거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내린 장맛비로 침수 피해를 입은 청주시 흥덕구 운천초등학교 앞 무심천 그라운드골프장이 물이 빠진 뒤 훼손된 인조잔디와 드러난 바닥이 수해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김용수기자
또 유속이 집중되는 지점을 정밀 분석해 시설을 보강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복구 비용과 관련해서는 시공사의 무상 하자보수와 기존 위탁관리 업체를 통한 정비로 진행돼 별도의 추가 예산 투입은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무심천변 피클볼 경기장 내 전도된 구조물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소담기자
그러나 현장의 구조적 취약성은 장기적인 유지·관리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 A씨는 "수리비가 들지 않는다고 불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년 반복될 침수에 시설을 걷어내고 다시 설치하는 소모적인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 B씨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시설인 만큼,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빠른 복구와 체계적인 관리로 반복되는 피해가 줄어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박소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