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이어주는 여름

2026.07.13 15:37:36

양선규

시인·화가

작은 더위를 일컫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소서(小暑)가 지나고 염소 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나올 만큼 무더운 대서(大暑)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 탓일까, 초 여름 날씨 같기도 하다가 느닷없이 퍼붓는 더위는 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더운 날씨여서 야외 활동은 물론 실내에서도 에어컨 없이는 활동 하기가 쉽지않다.

어느 해보다 장마 시기가 늦어져 이 번 장마를 늦장마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장마는 대부분 6월 중순경에 시작이 되어 6월 말이면 끝장을 보았는데, 7월 초순이 지나서야 장마 전선이 펼쳐졌으니 늦장마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태풍 '바비'가 북상 중이라는 일기예보다. 태풍이 오고 장마를 맞을 때마다 바라는 바이지만 비 피해 없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만 간간히 비를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학산 조령 저수지에서.

ⓒ양선규
여름이 되면 겨울이 좋았던 것 같고 겨울이 되면 여름이 더 좋았던 것 같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중화요리집에서 자장면을 시켜놓고 먹다 보면 같은 일행이 먹는 얼큰한 짬뽕이 더 맛있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살던 학산 조령에는 저수지가 하나 있었다. 가뭄이 들면 논에 물을 대던 곳이었는데, 학교에 갔다 오거나 여름 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뙤약볕에 데워진 몸을 식히며 물놀이를 즐기다, 그것도 지루해지면 감자를 구워 먹거나 용소봉 아래 골짜기 터골에서 가재를 잡아 구어먹던 최고의 놀이터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버지가 농사짓던 땅에 감나무와 대추나무, 그리고 호두, 밤 나무 몇 그루, 가지, 호박, 고추 등을 심은 밭에 잡초를 뽑고 돌아오는 길에 어린 시절 놀이터였던 우리 동네 저수지를 가보았다. 학산 고향에 밭이 있어 자주 가는 편이지만 저수지는 동네 뒷산에 있는 터라 참 오랜만에 찾아보는 곳이다. 저수지는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두어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곳인데, 장마철이라 물이 흐리긴 하지만, 미루나무와 참나무 등을 거꾸로 심어놓고 유유자적한 한낮의 여름을 하하 하하 웃으며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 놀이터였던 저수지에는 아직도 미루나무 몇 그루, 소금쟁이, 잉어와 붕어, 피라미들 데리고 아주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리라. 잊혀졌거나 다시 또 눈에 어른거려 아주 훗날 다시 찾거나 또는 잊혀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여름의 능소화가 피고 녹색 숲이 우거져 푸른 그늘이 넓고 깊다. 여름을 녹음방초(綠陰芳草), 화왕지절(火旺之節)이라 했다. "짙은 녹색 나무 그늘과 향기로운 풀을 의미하고, 여름철, 대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뜻하며,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여름의 경치를 말한다. 불의 기운이 왕성한 절기라는 뜻으로, 뜨겁고 활기찬 여름을 말한다. 돌아갈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 겨울은 겨울답고 여름은 여름답게, 춥고 더운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온몸으로 즐기다 보면 어느덧 여름은 가고 가을은 다시 올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