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TV에서는 이른바 '상담 프로그램'이 유행인 것 같다. 초기에는 '금쪽같은 내 새끼'와 같은 양육 상담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이혼숙려캠프', '결혼지옥' 등의 부부 상담 프로그램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부부 갈등이 반드시 거창한 사건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집안일과 육아, 경제적 문제, 서로 다른 생활 습관처럼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문제가 갈등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대부분 처음에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시작하지만, 점차 상대를 향한 날카로운 비난이 오가게 되고, 결국 서로의 말을 무시하거나 대화를 포기하면서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부부관계를 정말 힘들게 만드는 것은 갈등 자체보다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부관계 연구자인 존 가트맨(John Gottman)은 부부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말의 내용뿐 아니라 표정과 말투, 몸짓, 생리적 반응을 분석하였다. 그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부관계를 와해시키는 대표적인 부정적 의사소통 방식으로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를 제시하였다. 이 네 가지는 부부관계가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후가 된다. 우선, 비난은 상대방의 특정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 전체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문자 회신을 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연락이 없어서 걱정했어(화가 났어)" 대신 "당신은 늘 이기적이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멸로, 비웃음, 조롱, 욕설 등을 통해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경멸은 상대방의 존재 가치와 자존감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특히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방어이다. 상대방의 불만을 듣자마자 핑계를 대거나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당신도 똑같잖아"라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방어는 자신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마지막은 담쌓기이다. 대화를 피하고, 시선을 돌리고, 침묵하거나 자리를 떠나는 행동이다.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쉬는 것과 달리, 담쌓기는 상대방과의 정서적 연결 자체를 끊어버린다.
함께 살아가는 부부에게 갈등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갈등 해결과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의사소통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일단 판단을 유보하고 상대방의 말과 의도, 감정을 귀담아듣는 것이 필요하다. 경청만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절히 표현하는 일이다. 문자에 바로 답하지 않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연락이 없어서 속상했어. 가능하면 바로 답장을 해주면 좋겠어"라고 자신의 감정과 바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평소 가정 안에 감사와 존중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상대방의 노력과 장점을 자주 인정해주는 것은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방어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자신의 책임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자신의 몫을 인정하면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싸움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한 감정이 너무 격해졌다면 일방적으로 대화를 끊기보다,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갈등이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갈등 속에서도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손을 내미는 작은 노력에서 두 사람의 마음을 다시 잇는 첫걸음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