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의 피해를 보며

2026.07.13 15:35:03

강대식

법학박사·(사)유네스코한국위원회 충북협회 회장

뜨거운 한여름의 날씨가 공기를 끓이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뿜어내는 열기도 대지 위에 쏟아 놓은 에너지도 모두가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데워지는 지구의 푸른 빛이 불 타듯 붉게 바뀌고 있다. 파란 하늘을 오가는 흰구름만 여유롭다. 환경파괴로 더 이상 지구는 냉정을 유지할 힘을 잃었다고 경고를 하는 듯 하다.

경상남도로 향하면서 사진촬영할 대상인 소나무 목록을 살펴본다. 많은 갯수는 아니지만 촬영 대상간의 거리가 보통 백리다. 잘 닦여진 포장도로를 따라 달리면 얼마 걸리지 않을 거리인데도 네비게이션은 보통 50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분명 좁은 도로가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다. 전국을 다니다 보면 대체로 현재 촬영 대상지에서 다음 촬영지까지의 거리는 백리는 보통이다. 40km라는 거리는 그래서 더 익숙해 졌다.

대구를 지나 경주를 거쳐 가면서 한여름인데도 산이 온통 붉게 변한 곳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녹색실록으로 우거진 산에도 소나무가 서 있던 곳은 대부분 누렇게 죽어 가거나 이미 고사하였음을 알 수 있을 만큼 모두 붉게 물들었다. 처음에는 산불의 영향으로 소나무들이 불에 탔기 때문에 그 여파로 소나무들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산불의 영향이 아니었음을 알게되었다.

산불이 났던 곳의 소나무는 가지 끝이 대부분 타서 큰 목대만 남아 있어 유관으로 보아도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는데 지금 눈에 보이는 소나무는 가지와 잎이 붙어 있는 상태로 붉게 변해버려 불에 타지 않은 상태로 고사한 것이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산맥의 근간을 이루었던 곳들은 처참했다. 새싹을 받아 줄기가 연한녹색으로 물들었어야 산자락이 붉다못해 빨갛다. 가슴저리게 바라보고 있어서 그렇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소나무를 찾아다니고 있는 사진가의 눈에는 온통 핏빛으로 보였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살았던 지형은 마치 깊게 베인 상처처럼 벌어져 있다. 우리가 재선충을 막을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그렇다고 방치한 것도 아니겠지만 국토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마주하고 서 있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죄인의 낙인을 찍고 있는 형벌처럼 보인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가 매개충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재선충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소나무의 무분별한 이동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해 왔는데 최근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고 거세졌다. 이런 급격한 피해 확산은 솔수염하늘소의 개체수 급증이 원인이지 않을까 한다. 소나무의 진액을 빨아 먹어 치우는 바람에 소사무가 고사하는 것이라면 피해를 입히는 솔수염하늘소를 박멸해야 하는데 소나무가 자라는 지역이 넓고 많다보니 방제를 한다고 해도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잘라내어 현장에서 약품 처리를 하여 밀봉해 놓아야 하는데 이미 고사한 지역이 너무 광범위하여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되는 어려움이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사한 나무를 폐기장으로 이동시킨다면 그 과정에서 다른 지역으로 재선충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처리과정도 어려운 일이다.

재선충 방제를 해야하는 행정청의 고민이 큰가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방제작업을 해도 효과가 그다지 크게 나타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은 벌레 한마리라고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국토에 자생하는 소나무 전부를 잃을수도 있다. 유독 우리나라 산에는 소나무 자생지가 많다. 전국 어디를 가나 쉽게 만날수 있는 것도 소나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친숙하고 언제나 푸른 상태로 함께 할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미래세대에게는 그렇지 못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기온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고, 그로 인해 아열대기후로 변하면서 겨울에 얼어 죽어야할 해충이 그대로 월동을 하면서 자연이 해충의 개체수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해충이 월동을 한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악몽이며 위기이다. 자연스럽게 월동한 해충은 개체수가 기하급속도로 증가할 수 있어 인간은 그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더 많은 살충제와 더 독한 약을 살포해야 한다. 그런 독한 살충제는 먹이사슬이나 토양이나 식수를 통해 다시금 인체로 스며들고 각종 방법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바닷가 해변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소나무도 대부분 고사했다. 정원에 옮겨 심어놓은 소나무도 얼마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잎이 모두 말라 죽었다. 죽은 소나무를 잘라내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집주인의 가슴도 까맣게 타고 있을 것이다. 이미 말라버려 정원에 서있는 것이 정원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에도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더 큰 슬픔이다.

한반도의 기후가 급격하게 뜨거워 지면서 우리는 예견하지 못한 산림피해를 입고있다. 언제부터인지 재선충이라는 소나무의 역병이 돌기 시작했고 한번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여지 없이 말라죽고 있는 것이다.

이 재선충의 확산을 막는 방법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 수백년 우리 곁을 지켜왔던 신송들이 죽어 간다는 것은 마치 소나무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다. 정부나 국민 그리고 관계자들 모두가 합심하여 소나무를 지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더 오래 우리 산하에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가 자리를 지켜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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