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약 40조 원을 조달하며 나스닥에 입성한 가운데, 청주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투자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ADR 발행을 통해 약 265억700만달러(한화 약 40조 원)를 조달했다. 이는 2014년 중국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 상장 당시 확보한 250억 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로, 외국 기업의 미국 IPO 가운데 역대 최대 기록이다. 수요예측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으며,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기술 전문 펀드, 국부펀드 자금이 대거 참여했다. 공모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14일 달러 공모대금이 SK하이닉스에 납입된다.
주목할 대목은 조달 자금의 용처다. 조달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청주 P&T7, 기계장치 등 국내 시설투자에 활용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용인 1기 팹에 31조 원, 청주 P&T7에 19조 원 가량이 투입될 예정이며, 여기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등도 포함된다. 이번 자금은 국내 투자 집행 과정에서 원화 수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이 이가운데 SK하이닉스의 청주 투자 계획도 한층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낸드플래시 증산을 위해 청주에 약 1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 계획은 이후 더욱 구체화됐다. 2029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신규 낸드 팹 'M17'에 80조 원, 내년 말 완공 예정인 패키징 팹 'P&T7'에 20조 원이 각각 투입된다.
M17에서는 낸드플래시 증산이, P&T7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AI 메모리의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이 이뤄질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충청권을 반도체 생산과 AI 인프라가 결합한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ADR 조달로 확보한 40조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청주 P&T7과 용인 클러스터에 투입될 예정인 만큼, 이미 발표된 100조 원 규모의 청주 투자 계획 이행에도 실질적인 '실탄'이 뒷받침되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약 30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향후 영업활동으로 확보할 현금까지 더해지면 AI 반도체 투자 여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실행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충북도도 행정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는 인허가부터 인프라 조성까지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기에 해결해 공급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SK하이닉스가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적기 입주할 수 있도록 산단 계획 변경 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입주 면적 조정, 교차로 신설 등 기업의 생산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절차도 병행할 방침이다.
전력 공급 문제에도 선제 대응한다. 도는 기존에 추진 중인 패키징 팹 P&T7과 새롭게 시행할 M17 투자를 위해 한전 충북본부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장 설립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변수인 만큼, 한전과 주기적으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번 ADR 조달은 청주 투자 가속화라는 지역적 의미를 넘어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조달한 40조 원 규모의 달러가 대부분 원화로 환전돼 국내에 투입될 예정이어서, 최근 상당 기간 이어진 원화 약세를 진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외환시장에서는 ADR 발행이 확정되기 전부터 선물환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장중 1천560원 안팎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로 내려오기도 했다.
이번 조달 규모는 지난 6월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약 362억 달러)의 약 73%에 달하며, 외환당국이 올해 1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순매도한 달러(약 136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하순부터 환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설투자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달러를 매도하겠지만, 네덜란드 ASML 장비 구매 등 외화 결제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 조달 자금이 모두 원화로 환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 약 10억 달러씩 분할 환전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만큼 실제 달러 공급 효과는 8∼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용인·청주·호남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대미 투자 규모를 이유로 미국 정부의 추가 투자 확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 성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