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

2026.07.12 15:58:02

이윤지

간호사·작가

"친구들이 구슬치기하던 나이에 저는 스스로 주사를 놓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질환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올해로 28년째 1형 당뇨와 함께 살아온 박상욱 씨는 현재 약사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최근 자기 경험을 담은 에세이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를 출간했다. 환자이면서 의료인인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1형 당뇨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많은 사람이 당뇨병을 생활 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1형 당뇨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가 파괴 돼 인슐린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 자가 면역 질환으로, 평생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진단 전 그는 학교에서 놀다 쓰러지듯 잠들고, 잠에서 깨면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물과 탄산음료를 끝없이 찾았다. 그가 기억하는 진단의 순간은 병명이 아니라 어머니의 눈물이다. 병원에서 펑펑 우는 어머니를 보며 어린아이는 '내게 큰일이 생겼구나.'를 직감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질환 자체보다 '평생'이라는 시간의 무게였다. '나는 1형 당뇨가 있으니까'라는 생각은 삶의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위축시키곤 했다. 보이지 않는 질환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몸뿐 아니라 마음도 돌보며 살아가는 일이었다.

1형 당뇨인의 하루는 혈당과 함께 시작된다. 식사 전에는 음식의 양에 맞춰 인슐린 용량을 계산해야 하고, 운동과 수면에 따라 달라지는 혈당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특히 잠들기 전 혈당을 안전한 범위에 맞추는 일은 하루 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저혈당이 오면 극심한 허기와 함께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해지고, 심하면 세상이 노랗게 보이며 다리에 힘이 풀리기도 한다.

또 다른 어려움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교사가 친구들 앞에서 그의 당뇨를 언급하거나, 친구가 합병증 이야기를 꺼내며 질환을 공개했던 경험은 오래도록 상처로 남았다. 그는 "많은 사람 앞에서 벌거벗겨진 기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가 바로잡고 싶은 오해는 당뇨가 생기면 인생이 끝난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이다. 또한 당뇨인은 평생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예도 많다. 하지만 사실은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양과 시간, 인슐린을 적절히 조절하며 생활하는 것이다.

다행히 의료기술은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연속혈당측정기의 보급으로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수면 중 위험한 저혈당이 발생하면 알람이 알려준다. 그는 "매 순간 혈당에 끌려 다니던 삶에서 이제는 혈당의 흐름을 읽으며 대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한다.

그는 새롭게 진단받은 아이와 부모에게 "모든 순간은 결국 지나간다."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두렵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인 경험은 결국 삶의 지혜가 된다고 믿는다.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는 《나는 매일 아침 피를 봅니다》라는 한 권의 책이 됐다. 우리가 1형 당뇨를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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