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인가

2026.07.09 14:16:43

정익현

건축사

'스타 벅스 코리아'가 기획한 판촉행사 '탱크 데이'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사고가 났다. 최근 광주 제일고와 배재고의 경기에서 배재고 더그아웃(Dugout)에서 외친 응원 구호가 큰 논란이 됐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 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경기 종료 후 논란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문제의 핵심은 상대가 광주 제일고라는 것과 그저 단순한 응원 구호가 아니라는 데 있다. 어린 학생들이 모르고 했다고 마냥 감쌀 일은 아니다. 46년 전 광주의 비극을 어려서부터 수없이 전해 들었을 광주 제일고 선수들 아닌가! 경기에서 응원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자기편을 격려하여 힘을 돋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을 자극하여 평정심을 잃게 하는데 있다.

이번 응원 구호는 후자로 봐야 옳다. 이 구호가 상대방을 자극하리라는 것을 알고 했다면 그것은 이미 응원 구호가 아니다. 더구나 현장에 있던 배재고 코치진 누구 하나 제지하지도 않았다. 반면 광주 제일고 선수들은 감정을 누르고 더그아웃에서 의연하게 '광주의 함성(기아 타이거즈 공식 응원가)'를 불렀다 한다.

대한 야구소프트볼 협회는 배재고 야구부에 출전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몸이 닳은 배재고는 학교장을 필두로 코치진, 선수, 학부모 수십 명이 사과를 한다고 광주로 몰려갔다. 이렇게 단체로 몰려가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광주 제일고 이규연 교장은 의연하게 사과를 수용하고 다음날 이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다. 겉보기엔 분명 아름다운 광경이나 진정으로 반성을 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처라면 독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똑같이 '물 타기'가 반복되고 있다. 배재고 앞으로 보낸 화환에 쓰인 혐오와 조롱의 언어들 - '너희들이 국가의 미래' '스타 벅스와 5·18 이 무슨 관계냐'. 스타 벅스 '탱크 데이' 논란 때도 '우리가 스타 벅스'라며 불매 운동을 조롱했다. 반복되는 역사 왜곡과 5·18을 조롱하는 반민주적인 행위가 진영논리로 포장되며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용서, 징계, 선처를 떠나서 이번 사건은 역사적 비극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고작 응원 하나 잘못했다고 이 난리냐고 하면 안 된다. 어린 학생들이라서 모르고 그랬다면 옆에 있던 어른은 무엇을 했나. 어른들이 가르치지도, 모범을 보이지도 못한 결과가 오늘날 배재고 야구부 사태를 불렀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체제를 국가적 범죄로 규정했다. 나치 상징의 사용, 나치 찬양,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행위를 법률로 엄격히 제한했다. 중요한 것은 나치 독재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1997년 대법원이 12·12 군사 반란과 5·18 당시의 무력 진압에 대해 관련 책임자들의 형사 책임을 인정했지만 사회적 합의와 역사 인식의 측면에서는 아직 멀었다.

대한민국의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없으나 헌법 제21조, 제22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다만 헌법 제21조 ④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그 한계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만 누렸지 한계에 대한 책임은 외면했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온갖 혐오와 조롱을 내뱉고 있다.

배재고 선수들의 중징계가 너무 심하다고 한 사람들은 광주 제일고 선수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알기나 할까? 사람들은 말한다. '6개월의 출전 정지는 앞으로 그들이 살아갈 60년에 대한 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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