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면 계룡리 저실마을 주민들이 9일 폭우 속에서도 영동군청 앞에서 2차 집회를 열고 추풍령 농어촌관광휴양단지(골프장) 개발 중단과 주민 의견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이진경기자
[충북일보] 폭우가 쏟아지는 9일 오전, 영동군청 앞에는 우비를 입은 주민 20여 명이 하나둘 모였다. 빗물이 현수막을 적시고 북소리가 빗소리에 묻혔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영동군은 저실마을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지난 2일 첫 집회에 이어 두 번째다. 주민들은 장맛비 속에서도 집회를 이어가며 추풍령 농어촌관광휴양단지(골프장) 개발 중단과 주민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집회 현장에는 '골프장 결사반대', '생존권 보장하라', '주민 의견을 외면하는 행정을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이 내걸렸고, 주민들은 북을 치며 구호를 외쳤다.
저실마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조용한 청정마을에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오면 주민들은 더 이상 이곳에서 살아갈 수 없다"며 "저실마을의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한병권 대책위원장은 "저실마을은 백두대간 끝자락에 자리한 청정지역으로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라며 "골프장이 들어서면 자연환경은 물론 주민들의 삶의 터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것이 아니다"며 "최소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이라도 제시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1차 집회 이후 최근 정영철 영동군수와 면담도 진행했다. 하지만 면담 이후에도 실질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한 위원장은 "군수와 면담에서 주민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고, 여전히 골프장 조성 관련 행정절차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믿고 기다리기에는 주민들의 불안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시행사에서도 연락은 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시행사보다 영동군을 상대로 주민들의 요구를 계속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앞으로도 매주 목요일 영동군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업은 영동군과 시행사인 에스디개발㈜, 투자사인 ㈜삼도가 추진하는 민간 관광개발사업이다. 추풍령면 계룡리 일원 168㏊(약 51만 평)에 총사업비 1천800억원을 들여 27홀 대중제 골프장과 숙박시설, 농업전시관·학습관, 트레킹 둘레길 등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은 현재 군관리계획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며,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동군은 주민 반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과제를 함께 고려하며 갈등 조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군이 사업 자체를 중단하거나 강제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인허가 기관으로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법적 절차를 엄격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전체 사업 일정으로 보면 아직 초기 단계로, 앞으로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심의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반영될 절차가 남아 있다"며 "군도 주민과 시행사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천80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삶 역시 소중하다"며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동 / 이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