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內岩里)는 본래 청주나 남일상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작암리(鵲岩里)와 궁내리(弓內里)를 병합하여 궁내와 작암의 이름을 따서 내암리라 하여 가덕면에 편입되었다.
작암리(鵲岩里)는 '까치바위, 까치배'라 불러오던 지명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궁내리(弓內里)는 옛적에 궁내라 하였는데 지형이 활처럼 생긴 형국 안에 있다 하여 궁내리라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지명에 많이 나타나는 '굼안이(골짜기의 안쪽)'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민들은 옛적에 이곳에서 퉁그릇을 만들었다고 하여 궁내리를 '퉁점'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전답에서 쇠를 용해할 때에 응고된 잔해가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이곳에 생수 공장이 설치되면서 마을은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면 '퉁점'에서 만들었다고 하는 '퉁그릇'을 무슨 그릇이고 '퉁'은 무슨 의미일까·
옛날에는 놋그릇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놋그릇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방짜유기와 주물유기로 나누어진다.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정확한 비율을 맞춰 녹여 만든 덩어리를 두드려서 만든 것이고, '주물유기'는 구리에 주석, 아연, 납 등을 섞어서 만들어진 퉁쇠(잡쇠)를 녹여서 거푸집에 부어 만든 것이다. 퉁그릇은 이 '퉁쇠'를 녹여서 만든 주물 유기를 말한다.
놋쇠로 제작된 그릇을 '놋성기'라 하고, 놋그릇을 만드는 곳을 '놋점'이라 불렀다, 그리고 퉁쇠로 제작된 그릇을 '퉁성기'라고 구별해서 부르고 이러한 퉁그릇을 만들던 곳을 '퉁점'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놋점이라는 지명은 진천군 진천읍 지암리의 '놋점'을 비롯하여 충남 공주시 이인면 운암리,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식금리, 경북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충남 서천군 문산면 금복리,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 등에 분포하고 있으며 강원도 태백시 동점동에서는 '놋점'을 한자로 '동점(銅店)'이라 표기하였다.
놋쇠로 만든 방짜유기는 왕실이나 양반들이 사용하였고 일반 서민들은 퉁쇠로 만든 퉁그릇을 널리 사용하였기에 퉁그릇을 만드는 퉁점이 전국의 여러 지역에 많이 있었으므로 '퉁점'이라는 지명도 여러 지역에 많이 나타난다.
영동군 매곡면 강진리의 '퉁점골'을 비롯하여 경기도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양대리, 전남 광주시 신현동,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정배리, 경남 거창군 남상면 둔동리, 경북 김천시 부항면 월곡리, 경북 김천시 대덕면 조룡리 등에 '퉁점골'이라는 지명이 있고 충주시 중앙탑면 하구암리의 '퉁점'을 비롯하여 충남 금산군 군북면 동편리,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금어리, 경남 봉산면 술곡리,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정천리 등에 '퉁점'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경북 칠곡군 기산면 각산리에는 옛날 퉁점(동점)이 있어서 퉁지미라 부른다고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는 신분제도가 엄격하여 왕실이나 양반가에서는 고령토 등 순도 높은 흙을 사용해 1,20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서 만드는 사기그릇을 사용하였고 일반 평민들은 진흙으로 빚어 1,10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구운 토기나 옹기 같은 그릇을 사용하였듯이 유기의 경우에도 차별이 있었다.
왕실과 양반가에서는 항균효과가 뛰어나 음식이 상하지 않고 보온·보냉 효과가 좋아 건강에도 유익한 방짜유기를 주로 사용한 데 비하여 일반 평민들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이나 기타 잡금을 섞은 퉁쇠(잡쇠)를 녹여 주형에 부여 대량으로 생산하는 주물유기(퉁그릇)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잡금속을 섞어서 주물로 대량 생산하던 합금쇠를 퉁쇠라 하여 전통적인 놋쇠와는 엄격히 구분 지어 사용하였으며 방짜 유기점은 '놋점' 주물유기점은 '퉁점'이라 부르다가 지명으로 정착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명에 쓰인 '퉁'이란 낮춤의 의미를 지닌 말임을 알 수 있으며 오늘날 '짝퉁(가짜 + 낮은 품질)', 퉁치다(좀 낮지만 비슷한 것으로 쳐 주다)'란 말 속에 그 의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