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우석 주필의 카라코람하이웨이(3)

여행객이 꿈꾸는 아름다운 공간, 훈자 엄청난 빙하 간직한 꿈의 계곡, 나가르

2026.07.09 16:20:49

<글 싣는 순서>

1.라호르~이슬라마바드
2.스카르두
3.훈자와 나가르
4.소스트~쿤자랍~타슈쿠르간~카슈가르

호퍼 빙하는 호퍼 마을을 작게 만든다. 그만큼 아름다움이 극치에 이른다. 하지만 가는 길이 가파르고 어렵다. 되비알의 언덕을 여러 번 오르고 내린다. 해발 3000m의 고소를 천천히 느낀다. 하얀 빙하가 드러날 때쯤 만년설이 스펙타클로 다가온다.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을 자아낸다. 위대하고 극적인 설산과 빙하다. 장구한 세월을 흘러내린 듯 매혹적이다. 우주의 색다른 풍경처럼 초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이다.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세상에서 하나뿐인 길을 찾아 나선다. 떠나는 일은 설렘이고 모험이다. 길 위에 새겨진 역사와 풍경을 만난다. 13일의 일정으로 카람코람하이웨이를 지난다.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힌두쿠시를 만난다. 손을 뻗으면 하얀 설산에 닿을 것 같다. 빙하의 차가움이 그리움과 행복을 선물한다. 스카르두의 사막은 아름답다. 훈자의 여름은 평화롭다. 나가르의 호퍼 빙하와 파수 빙하는 찬란하다. 소스트에 남은 혜초의 흔적이 숭고하다. 고선지의 전진기지, 길기트는 영광스럽다. 쿤자랍은 비단길의 성소다. 라호르 페샤와르 박물관에서 만난 싯타르다 고행상은 특별하다.

<훈자와 나가르>

훈자마을과 설산

ⓒ함우석주필
그토록 열망하던 훈자마을에 닿는다. 고산준령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해발 6000m 넘는 봉우리가 즐비하다. 설산 아래 빙하가 세월조차 얼린 듯 하얗게 멈춘다. 훈자강과 설산이 그야말로 진경산수다. 아름다운 수채화 그 이상이다. 여행자라면 먼저 들러야만 하는 훈자다. 스토리가 깃들어 있는 훈자를 마주한다.

카람코람하이웨이 여정을 이어간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놀라운 장관이다. 햇살이 하얀 얼음 위를 고스란히 비춘다. 호퍼 빙하가 검은 산맥처럼 길게 빛난다. 멀리서 보면 검게 드러나는 검은 빙하다. 가까이 가보면 흰색 질감으로 거대하다. 빙하의 숨소리에 차갑게 귀를 기울인다. 빙하가 마을 바로 아래까지 흘러내린다.

빙하는 산객들에게 매혹적인 유혹이다. 호퍼 빙하는 훈자 일대서 가장 웅장하다. 카라코람 산맥 중심부를 길게 차지한다. 장구한 세월 흘러내려 골짜기를 채운다. 장엄한 고봉 사이를 힘차게 가로지른다. 삐죽한 빙하 사이 크레바스는 사납다. 더 안쪽에선 빙하가 다시 표정을 바꾼다. 숨이 멎을 듯 매력적인 전경을 선물한다.

발티트성내 대포

ⓒ 함우석주필
호퍼 빙하의 여름 초대는 초현실적이다. 해발 2400m에서 산객들이 환호한다. 원초적 자연 그대로 풍경에 푹 빠져든다. 물론 마을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도 좋다. 우리는 마을을 가로질러 트레킹을 한다. 동료 산객들과 어울려 계곡미를 즐긴다. 압도적 자연 풍광이 걷는 내내 이어진다. 하얀 산과 푸른 하늘이 평화롭게 지난다.

발티트 성 베란다에서 훈자마을을 본다. 영화에 나오는 큰 마을처럼 환히 빛난다. 지친 여행자를 포근히 반갑게 안아준다. 발티트 성은 훈자 마을 위쪽에 자리한다. 동네의 맨 윗자리에 위치해 더 아름답다. 7000m의 울트라 피크 앞에 우뚝하다. 꼭대기에 올라서면 발아래가 아득하다. 훈자 마을과 설산이 아름답게 어울린다.

이글스네스트는 산 위의 높은 전망대다. 구불구불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야 한다. 묘하게 풍화된 독수리의 형상이 보인다. 일몰 땐 하얀 설사면이 금빛으로 빛난다. 밝음과 어둠의 대비가 극명히 드러난다. 해가 서산을 넘자 설산이 모습을 바꾼다. 오늘도 작은 둥지가 사람들로 가득하다. 레이디핑거 모습이 칼끝처럼 아름답다.

레이디스핑거

ⓒ함우석주필
훈자에서 3일이 빨리도 지나가 버린다. KKH 따라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나무 하나 없는 깊은 계곡을 줄 곳 달린다. 낙석이나 산사태가 다반사로 발생한다. 지진으로 물길 막혀 생긴 호수를 만난다. 훈자강 따라 산 사이의 허리춤이 잘린다.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도로 상태가 좋다. 훈자 출발 40분 아따바드 호수에 닿는다.

파란 하늘 아래 설산이 하얗게 반짝인다. 무채색 산군 풍광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후세이니 현수교에서 흔들림을 맛본다. 반대편에선 짚 라인의 짜릿함을 느낀다. 훈자강의 양안을 이어주는 출렁다리다. 다리 발판 간격이 듬성듬성해 위험하다. 파수 피크 골바람이 몸 균형을 방해한다.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강하게 불어댄다.

계곡에 가물가물하게 놓여있는 다리를 본다. 어안이 벙벙하여 말이 나오지 않는다. 떨어져 나가고 부서져 버린 판자 위를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으니 정말 오금이 저린다. 저리다 못해 마비가 올 것만 같다. 다 건너고 나니 괜한 용기가 치솟는다. 솟구치는 용기에 짚 라인을 타고 훈자강을 건넌다. 순식간에 끝나버린다.

훈자 장수마을 사람들

ⓒ함우석주필
모험을 마치고 서둘러 보리스 호수로 간다. 언덕 너머에서 호수 하나가 바로 보인다. 각종 보석을 숨긴 풍경처럼 아름답다. 숨 막히는 전망으로 여행자를 유혹한다. 경이롭게 펼쳐진 봉우리 행렬이 찬란하다. 인간 공동체와 자연의 조화를 반영한다. 조류관찰 장소로 최상이다. 자연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공간이다.

보리스 호수를 지나 한참을 달린다. 비포장 길을 지그재그로 30여 분 오른다. 돌과 흙으로 지어진 몇 채의 집을 지난다. 빙하 트레킹을 위해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조심스레 오른다. 파수 빙하가 스펙터클을 펼칠 준비를 한다. 하얀 얼음 강으로 흐르는 빙하가 보인다. 잊을 수 없는 빙하 전경을 보여준다.

조금 더 오르니 빙하의 꼬리가 잘 보인다. 의지와 관계없이 탄성이 막 터져 나온다. 하얀 빙하는 점점 더 눈부시게 드러난다. 약한 고소를 느끼며 천천히 빨리 오른다. 다시 또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감탄한다. 파수 빙하 전망대 언덕에 얼음꽃이 핀다. 그 위로 산봉우리의 만년설이 우아하다. 절제된 표현의 스펙타클처럼 다가온다.

전망대 길이 가팔라지며 더 어려워진다. 바위와 바위 넘어 언덕 위로 올라야 한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풍경이 더 극적이다. 엄청난 빙하 흐름에 감탄만 나올 뿐이다. 파수 빙하 아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물줄기가 흘러 번성하는 초원의 땅이다. 서로 다른 두 풍경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완전히 다른 두 세상이 한 세계를 이룬다.

함께 한 사람들.

ⓒ 함우석주필
훈자 미루나무 사이로 감탄이 쏟아진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쉼터를 선물한다. 배낭여행자의 천국이자 곧 블랙홀이다. 마을 지날 때마다 보는 아이들이 예쁘다. 미소짓는 얼굴의 표정이 꽃잎 같은 천사다. 골목에서 만난 노인의 미소는 아름답다. 아이들의 얼굴처럼 맑고 밝은 표정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훈자다.

훈자는 여행객이 꿈꾸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길 여행을 하기에 최적의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은유로 세계를 읽고 사유로 삶을 번역해 보고 싶다. 사랑은 만지는 거고, 경험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된다. 가장 큰 매력은 압도적인 자연이다. 눈앞에 겹겹이 펼쳐지는 설산들이 정말 아름답다. 훈자 떠나는 날 아침에 새들이 지저귄다.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렵지만 결국 가봐야 안다. 걸어온 길도 달려온 길도 까마득하다. 오늘도 고봉들과 내내 눈 맞추며 간다. 서로 다른 계절을 만나는 것도 기쁨이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자연의 향기가 묻어난다. 자연을 소비하지 않고 공존하려 한다. 청정한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걸어온 만큼의 행복이 쌓인다.

두 갈래 길을 마주칠 때마다 고민한다. 어느 길이 맞는 길인가. 이 길이 나의 길인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내 혼신을 다해 걷는다. 걷고 나면 내가 간 길이 내 길임을 안다. 신들의 거처에 다가선 듯 신비롭다. 내 안에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깃든다. 다시 길을 잇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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