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야당이 당권 싸움에 심취한 나날이다.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한류의 흐름을 타고 K-팝, K-무비, K-푸드 등 온갖 K-컬춰가 들썩이는 중에도 K-정치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 경제가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의 경제 강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와 더불어 문화를 포함하는 일상 전반에 관한 한류의 자부심은 역사 이래 최고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는 제외하고 말이다.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 놀음
새삼스럽지 않게 우리의 후진적 정치를 거론하는 이유는 현재 여야 정당이 보여주는 꼴이 민심, 민생과는 동 떨어진 정치 놀음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몰입하는 당권 경쟁에 국민은 피곤하다. 정치의 속성상 당권이라는 거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선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전투구도 필요하지만 어느 수준이라는 게 있지 않나.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전 당대표·김민석 전 총리·송영길 의원이 당권 경쟁을 벌이는데 일국의 여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건지 특정 계파의 대리인을 내세우자는 건지 모르겠다. 김민석 전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계를, 정청래 전 대표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계를 등에 업고 나섰다. 송영길 의원은 정청래 전 대표의 연임 저지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당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여당 당대표를 하겠다는 인물들에게서 자리다툼 외의 비전을 찾을 수가 없다. 오직 당권을 잡기 위한 공격과 술수가 난무할 뿐이다. 김 전 총리가 정 전 대표를 향해 지난 1년 동안 자기 정치로 당을 혼선에 빠뜨렸다며 당대표 연임을 목적으로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했다고 저격했다. 정 전 대표는 국정에만 전념해야 할 현직 국무총리가 당 대표 로망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 자기 정치라고 역공한다.
주목할 점은, 이재명 정권 집권 1년을 갓 지난 2년 차 초반에 열리는 전당대회임에도 반 이재 명 행보가 드러나는 것이다. 정권 초반 시기 대통령 권력에 정면 도전하는 상당히 낮선 광경을 보게 된다. 여권의 이론가라 불리며 정 전 대표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시민 씨가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사건은 놀라움을 주고 남는다. '대통령에게 증축을 원했는데 재건축을 하려고 했다' '재건축을 하려면 기존의 입주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건 균열의 증거다.
국민의힘은 답을 찾기 어려운 당이다. 정권을 빼앗기고도 정신을 못 차린다. 무모한 불법 계엄으로 탄핵 당한 직접적 책임은 무능한 전직 대통령에게 있으나 파멸적 막장에 도달하게 된 과정에는 내부의 계파 싸움이 큰 몫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자기들끼리 헤게모니를 다투는 내전에는 집요하면서도 민주당과의 대결은 한사코 기피하는 안방 호랑이 집단이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는 당 대표가 한동훈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정치적 결절점에는 항상 윤석열과 한동훈의 유치한 멱살잡이가 이어졌다. 지금도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계파와 해당 행위자들에 대한 징계를 주장하는 계파로 나뉘어 열심히 연장전을 벌인다.
***대표석 명패 말고는 그대로
한국 정치는 누가 당권을 장악하는지와 무관하게 국민들의 삶과는 별개로 움직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 대표를 민생과 운명을 함께하는 자리로 인식하지 않고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도구로만 한정적으로 활용해 온 탓이다. 자연히 전당대회 결과는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대표석의 명패 말고는 모든 게 그대로가 된다. 감동 하나 없는 지겨움의 반복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