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수 있을까

2026.06.30 16:52:43

이은일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현관이 깔끔해졌다. 얼마 전 마음먹고 신발장을 정리한 결과이다. 아이 셋과 우리 부부, 다섯 식구가 북적이며 살아오는 내내 현관이 복잡했다. 식구마다 계절별 용도별 신발들은 물론 잡동사니들로 늘 공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분가하고 시어머니가 오시면서 세 식구 살고 있는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익숙해서인지 큰 불편 없이 지내왔다.

지난 월요일에는 모처럼 일정이 없어 오전 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빈둥거렸다. 우연히 정리 정돈에 관한 동영상을 보게 됐다. 알고리즘을 타고 비슷한 내용의 동영상이 더 떴다. 한동안 미니멀라이프에 꽂혀 수많은 정리법을 섭렵했었다. 더러는 습관화까지 성공한 방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때만 반짝했을 뿐 얼마쯤 지나 도로 원상태로 돌아왔다. 내게는 정리 정돈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옷 정리와 냉장고 정리는 원래 어렵기 때문에 맨 나중에 하라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그 둘은 막상 하려고 하면 부담감에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한참 전부터 옷장 정리를 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표시도 안 나는 일이라는 걸 알아서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전문가가 이 점을 짚어주니까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쉽게 하는 정리법이란,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도 정리 효과가 한눈에 보이는 현관 정리를 먼저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화장품 파우치, 내일은 책상 서랍… 이런 식으로 작게 구획을 나눠서 짧은 시간 안에 비우고 정리하는 것을 습관처럼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란다. 정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또 사람은 살아가면서 물건 정리 말고도 시간 정리, 생각 정리, 인간관계 정리 등등 여러 가지 정리들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중 그래도 쉬운 것이 물건 정리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당장 현관 정리부터 해보기로 했다. 들은 대로 일단 신발장 안에 있는 신발들을 전부 꺼내 놓았다. '이 신발도 있었지!' 하는 것들, 애들이 놓고 간 운동화, 손이 갔다가도 자꾸 다음으로 미루게 되는 구두들, 낡았음에도 편하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한 단화, 딸이 샀다가 좀 작다며 나에게 준 겨울 부츠 등 안쪽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신발들이 모두 현관 바닥으로 나왔다. 거기서 꼭 신을 것들만 신발장에 넣기로 했다.

예쁘다고 사서 한 번 신고는 발이 불편해 넣어두었던 새 구두를 신어보며 잠깐 고민에 빠졌다. 집 근처 산책할 때면 손이 가는 밑창이 다 닳은 운동화도 들었다 놨다 망설였다. 애들이 집에 왔을 때 한 번은 신을까 싶어 놔두었던 신발들도 마찬가지다. 이래서 버릴 수 있을까· 기본에만 충실해 보자. 앞으로도 자리만 차지할 것 같은 신발들은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신발이 절반 이상 줄었다. 그렇게 비워진 한 칸에 선반을 들어내고 밖에 나와 있던 우산꽂이와 운동기구들을 넣고 나니 마음속까지 깨끗해진 기분이었다.

오늘은 양말 서랍을 정리해 보자. 작게 구획을 나눠 틈틈이 조금씩 비우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봐야겠다.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온 인생, 이쯤에서 다른 정리도 필요할 듯싶다. 쓸데없이 써버리는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잡생각을 잘 정리해서 여유롭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 인간관계 정리도 기본이 버리고 비우는 것일까. 물건 정리도 이렇게 어려운데 인연을 어찌 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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