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할아버지는 왜

2026.06.30 14:13:52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극한게임에 도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벼락스타가 된 배우가 오영수씨다.

주로 연극무대에 섰던 탓에 60년 동안 연기에 열정을 받친 팔순 노배우의 인지도는 연기경력에 비해 미미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가끔 단역으로 출연했던 그의 연기를 주목하게 됐던 영화가 2003년 개봉된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다. 노승 역할을 맡아 영화의 중심을 잡은 오영수배우의 인상은 특별하고 강렬했다.

2021년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으로 출연한 오영수 배우는 2022년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인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그의 수상소감에 팬들의 환호와 격려가 쏟아졌다.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일생을 연기에 진심이었던 노배우가 스스로 괜찮은 놈이라 한 자찬에 삐딱한 토를 단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평생 바쳐온 연기를 팔순에서야 인정받게 된 그에게 날벼락 같은 사건이 터졌다. 5년 전인 2017년 여름, 자신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두 차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같은 극단에서 활동했던 여성이 오영수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이다.

경찰은 해당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으나 고소인이 이의제기를 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재수사로 사건은 재판에 넘겨졌다.

오영수는 '친근함의 표시'였다며 강제추행혐의를 부인했으나 대중은 피 끓는 철부지 청년도 아닌 팔순의 노배우가 손녀딸 같은 여성을 추행했다는 내용에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어른으로 믿고 존경했던 사람이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1심 재판부는 오영수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의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인데, 그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오영수의 주장을 인정한 재판부가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발생 이후 피고인에게 감사와 안부 메시지를 보낸 점도 언급했다.

최근 대법원 3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상고기각 결정으로 확정했고, 2022년 11월 기소된 이후 약 3년 7개월 만에 오영수는 혐의를 벗게 됐다.

성범죄를 진실과 허구가 혼재된 특수한 사건영역이라고 말한다. '조카를 성폭행'했다는 이웃의 무고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았던 곡성 장애인 성폭행 무고사건을 담당했던 전라남도경찰청 박모 여성청소년계장은 PD수첩 인터뷰를 통해 이런 황당한 변명을 했다.

"피해자의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고요. 진실은 하늘만이 알고 있겠지요"

사법부가 내린 무죄판결을 '성폭력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하는 부끄러운 선고'라 반발하고 있는 피해자는 정말 피해자인가, 아니면 피해 호소인인가. 판결이 모두 끝났는데도 영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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