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미사리골

2026.06.24 16:51:4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에 미사리골이라 부르는 골짜기가 있다.

미사리라는 지명에 대해서 주민들에게 전해오는 유래라든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어떤 지형을 묘사한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으므로 다른 지역의 지명에서 유사한 지명을 찾아보았다.

'미사리'라는 지명도 여러 지역에 나타나지만 '미사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것으로 짐작되는 '메사리, 매사리'라는 지명이 많은 것으로 보아 같은 지형적 특성을 지닌 곳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명이기에 그 의미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있는 '미사리'는 한강 가운데 위치한 큰 섬 모양의 마을로, 오랜 세월 동안 한강의 퇴적물이 쌓여 형성되었다. 이 지역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백제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선사유적이 발굴되어 하남을 대표하는 역사적 장소로 알려져 있으며 강변에는 조정 경기장 등 수상경기를 위한 시설과 각종 운동시설, 유원지 등이 있어서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미사리 마을은 아름답고 고운 모래밭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모래가 물결치는 것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미사리(渼沙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즉, '미사리'라는 마을은 강변에 위치한 지형이므로 '고운 모래와 물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지명'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미사리'는 원래 양평군 북하도면의 지역으로, 미륵불이 있어 한자로 '미사(彌沙)'라 표기하였다고 하지만 예부터 불리는 이름은 '메수내'였다. 인근에 흐르는 하천의 이름을 '미사천'라 하는데 전해오는 지명인 '메수내'를 '산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라 해석하기도 하고 '미사(彌沙)'를 '강변 백사장에 모래가 많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이들 '미사리'라는 지명은 강가에 위치하기에 '사'를 '사(沙)'로 표기하였지만 '미'는 '미(渼, 彌)' 등으로 그 의미를 특정하지 못한 것은 '미'가 다른 말에서 변이된 것으로 짐작해 볼 수가 있다.

'미사리'와 유사한 지명으로 경기도 원주시 문막읍 동화리의 '매사리', 전남 영암군 덕진면 금강리의 '메사리골', 인천시 남동구 운연동의 '매사리고개, 매사리골', 경북 청송군 진보면 후평리와 전남 화순군 도암면 벽지리의 '매사리들' 등에서 '미'가 '메, 매'로 나타나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미사리'의 옛 이름이 '메수내'인 것으로 보아 '미'는 '메(뫼, 산)'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살, 사리, 사'라는 지명 요소는 어떤 의미를 가진 말에서 온 말일까·

'미사리, 매사리'에서는 '살(사이)'라는 지명 요소가 대상 지형인 '미(산)'의 뒤에 쓰였지만 '살미, 살곶이'라는 지명에서는 대상 지형인 '미(산), 곶(산줄기)'의 앞에 쓰이기도 한다.

충주시 살미면의 살미(乷味)는 살미곡(乷味谷)이라는 지명을 따서 만들어진 행정지명이다. 한자로 표기할 때에 지명의 어원을 몰라서 그 의미를 알 수가 없게 되자 훈역을 하지 못하고 음역을 하였다. '살미'란 '살(사이)+미(산)'로 이루어진 지명으로 '산과 산 사이에 있는 골짜기에 있는 마을'을 의미한다. 또한 '살(사이)'이라는 지명 요소는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의 '살곶이'를 비롯하여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살곶이 다리에서도 '살(사이)+곶(산줄기)'의 의미로 쓰였다.

그런데 고개를 가리키는 지명에서는 고개란 산과 산 사이의 안부에 위치하게 되므로 굳이 '산'이라는 대상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기에 대상 지형이 생략되기도 한다.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리의 '살티'를 비롯하여 보은군 내북면 화전리의 '작은 살티', 경북 성주군 금수강산면 후평리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의 '살티', 경남 합천군 묘산면 반포리와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의 '살티골', 경북 봉화군 명호면 양곡리의 '큰살티골', 경북 김천시 조마면 대방리의 '살티들' 등에 나타나는 '살티'라는 지명은 대상 지형을 생략하고 '살(사이)+ 티(고개)'의 형태로 만들어진 지명들이다.

따라서 청주시 가덕면 내암리의 미사리골은 주민들이 '메서리골, 뫼살이골'이라고도 부르는 것을 보면 '산과 산의 사이에 있는 골짜기'라는 의미를 가진 지명임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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