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이른 아침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그립다. 아침에 맑게 깨어나는 사람은 하루가 행복하다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안방 앞 베란다 화단에 웃고 있는 작은 정원을 본다. 마디 선인장에게 큰 화분 가득 꽃을 피우느라 애썼다고 칭찬한다. 사랑초가 내 꽃도 보라고 나풀나풀 춤을 춘다. 수국은 막 피어나며 기지개를 켠다. 이들에게 아침마다 20분씩 음악을 들려주며 아침기도를 하고 있다.
오늘은 맑게 깨어난 그들에게 선물하련다. 방실방실 웃는 꽃들, 나풀나풀 춤추는 나비란, 키가 크다고 뽐내는 무화과, 소철, 남천, 커피나무도 세상 구경을 못하며 살고 있다. 그들이 가보지 못한 바깥세상, 맑은 물속의 물고기들과 음악을 통해 친구로 맺어주고 싶다. 지금 들려줄 음악으로 슈베르트 '송어'를 선택하련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젊은 시절 친구들과 산책하던 중에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떠오르는 악상을 작곡했다고 알려진다. '숭어', '송어', 제목이 분분하지만, 그가 산책한 곳에는 바다가 없다. 따라서 바다에 사는 숭어는 아니라고 할 터이다. 필자가 중,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숭어'로 음악책에 실려 있었다. 지금은 바로 잡아 중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송어'로 나와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는 전체 5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4악장은 가곡 '송어'의 가락이 주제로 연결되는 변주곡이다. 피아노 5중주는 1 바이올린, 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로 연주하는 실내악이다. 그러나 이 곡은 2 바이올린 대신 콘트라베이스가 등장한다. 아래 음인 베이스로 강물 속 송어가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현악 4중주에 피아노를 더한 형태라고 할 터이다.
4악장에 나오는 가곡 송어(Die Orelle)는 부분 2부 합창으로 부른다. 또한 솔로곡으로 성악가들이 즐겨 부르고 있다. 맑은 강물에 뛰노는 송어 모습이 생동감 있게 들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선율의 흐름을 찾아가며 감상하면 이 곡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감상할 때는 연주 악기의 음 색깔을 느끼며 들어야 하리라. 1악장은 비바체로 빠르게, 소나타 형식이다. 2악장은 느린 안단테로 구성됐다. 3악장은 다시 빠른 스케르초로 겹 세도막 형식이다. 4악장은 다섯 개의 변주로 송어 가락이 등장한다. 이어 5악장은 다시 소나타 형식이라고 설명해 본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곡은 대부분 실내악으로 연주된다. 또한, 감상곡으로, 중학교 1학년, 2학년, 고등학교 음악 교재에 실려 수업으로 듣는다. 선율 따라 가곡으로 독일어 원어를 배우며 수업이 전개된다. 이 곡은 2분의 2박자의 곡으로, 못 갖춘마디로 시작된다.
우리말로 번역된 노랫말을 안내해 본다.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가 뛰노네/ 화살보다 더 빨리 헤엄쳐 뛰노네/
나그넷길 멈추고 언덕에 앉아서/ 거울 같은 강물에 송어를 바라보네<중략>
그 어부는 마침내 꾀를 내어/ 흙탕물을 일으켰네/ 아~그 송어 떼가 모여들어/
이윽고 송어를 낚아 올렸네/ 마음이 아프게 나는 그를 보았네/ 마음이 아프게 나는 그를 보았네
가곡의 왕이라고 부르며 많은 작품을 남긴 슈베르트를 소개한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8세 때부터 음악 공부를 시작했으며, 10세 때에는 왕실 예배당의 소년 가수로 뽑혀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잠깐 초등학교 교사를 했다. 그가 후세까지 음악가로 불림은 친구들의 덕분이었다. 친구들이 '슈베르티아제'라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 그가 작곡한 곡을 연주하고 듣는 모임을 가졌다. 그곳은 시, 문학, 미술 이야기까지 나누는 예술의 장이 되며, 삶의 빛을 담소로 나누는 공연장이 됐다. 작품으로는 630여 곡의 가곡과 많은 관현악곡, 피아노곡 등이 있다.
아름다운 송어 피아노 5중주곡을 듣고 가곡 '송어'를 노래해 본다. 거울 같은 강물이 행복한 삶이라며 뛰놀던 송어가 안타깝게 어부에게 잡히었다. 노랫말을 보며, 스님의 '행복은 지금 여기에'라는 책 속의 법문이 자리한다.
행복의 척도를 설명한 스님 책 속에 실린 이야기 한 편을 간단하게 펼쳐 본다. 강물이 아닌 바다에 사는 숭어가 주인공이다. 서쪽 바다에 사는 숭어 한 마리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았다. 그는 동쪽 바다의 장엄한 일출이 보고 싶었다.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서해를 떠나 동쪽 수평선 너머로 헤엄치며 나아갔다. 너무 힘들어 쉬고 있을 때 반대편에서 힘차게 헤엄쳐 오는 고등어를 만났다. 그는 동해가 너무 재미없다고 서쪽 바다로 같이 가자고 한다.
숭어는 그토록 동경하던 곳이 무료하고 답답한 세계였다니 그 순간 고등어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자신이 살던 곳이 남들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귀한 줄 모른다' 라는 법문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 헤매지 않았나. 결국, 내 손이 닿는 곳에 행복이 있다고 숭어와 고등어 이야기 속에서 답을 찾았다.
아파트 안 베란다 화단 식물들에게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실내악을 선물하며, 물을 준다. '흐르는 물도 떠주는 공덕이 있다.'라고 하지 않는가. 남편이 그들이 꽃피우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사랑으로 가꾸어 준다. 이들도 생명이 있으며,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따르리라. 우리 인간처럼 젊음의 꽃을 활짝 피우고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 좋은 곳으로 간다. 강물의 송어도 가까운 맑은 물에서 행복을 찾다가 어부에게 잡히며 생을 마감했다.
지금 화단의 식물들은 아침 음악으로 슈베르트 <송어>를 들었다. 행복했으리라. 그들은 바깥세상을 동경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살고 있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법문처럼, 손이 닿는 가까운 곳을 맑은 눈으로 보면, 소소한 행복이 찾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