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청주 봉명1동 일대에서 중앙아시아 봉사단이 야간 순찰을 돌고 있다.
ⓒ전은빈기자
[충북일보] "치익-. 여기는 봉서어린이공원, 이상 없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청주시 흥덕구 봉명1동 봉서어린이공원 정자 앞.
손근덕 봉명1동 주민자치위원회 회장과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디가이 드미트리 회장이 허리춤에 찬 무전기를 확인하며 교신을 주고받았다.
정자 주변으로 모여든 주민들은 형광 조끼를 걸치고 붉은색 형광봉을 하나씩 나눠 가졌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어와 여러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이날 본보 기자가 찾은 곳은 봉명1동 '중앙아시아 봉사단'의 야간 순찰 현장이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민과 고려인, 선주민 등 18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봉명1동 일대를 돌며 방범과 환경정비 활동을 하고 있다.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늦은 시간까지 공원과 골목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어난 만큼 봉사단은 방범 활동과 함께 생활 안전사고 예방, 기초질서 계도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15일 오후 7시 30분 청주 봉명1동에서 중앙아시아 봉사단이 야간 순찰을 돌기 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전은빈기자
순찰 준비를 마친 한국인과 외국인 주민 13명은 형광봉을 들고 봉서어린이공원을 출발했다.
이날 주취자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대원들은 공원 곳곳을 둘러보며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음료수 캔 등을 주워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늦은 시간까지 공원에 남아 있던 러시아 중학생들에게는 러시아어로 "이제 집에 들어가야지"라며 귀가를 권하기도 했다.
"이쪽 이상 없습니다."
무전기에서는 수시로 짧은 교신이 이어졌다.
순찰대는 왕대골어린이공원을 빠져나와 골목길을 따라 이동했다. 형광봉 불빛이 어두운 주택가를 비추며 대원들의 시선은 공원과 골목 주변을 오갔다.
91호근린공원 인근에서는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 등 여러 언어가 골목 사이로 자연스럽게 섞여 흘러나왔다.
이 일대는 다양한 국적의 주민들이 함께 생활하는 구간인만큼 순찰 과정에서도 주민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디가이 드미트리(39) 회장은 "예전에 순찰 중 외국인들끼리 다투는 현장을 목격해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 경찰과 당사자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중간에서 통역을 도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창단된 중앙아시아 봉사단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민과 고려인, 선주민 등 18명이 함께 활동하며 방범과 소통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손근덕 회장은 "봉명1동은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공존하는 지역"이라며 "주민 모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지역 안전을 지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적도, 언어도 달랐지만 이날 밤 봉명동 거리를 함께 걸은 주민들의 목적은 같았다.
김나탈리야(40) 대원은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순찰 활동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 전은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