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생활 일기

2026.06.15 15:28:25

박주영

시인·수필가

5월 중순을 넘기고있는 계절이다. 이때 쯤 시골 장터에는 각종 모종 파는곳이 분주하다. 나는 수박과 참외를 농장 한쪽 자투리 땅에 심을 생각을 하고있었다. 늘 다짐하면서 자신이 없어 그냥 넘기곤했는데 애플수박과 참외기르기 농법을 공부하면서 자신감을 얻어냈다.

어느 농업 박사님은 이런말을 내게 해주셨다. 채소중에서 고추농사만큼 어려운 작물이 없다면서 고추농사 잘 지을수있다면 어떤 채소도 기를수있다고 하셨다. 올해 고추농사 5년째 짓고있다. 남편과 같이 고추농사를 지으면서 힘이들지만 아직은 실패하지않았다. 나는 그런자신감으로 애플수박과 참외 모종을 각각 100개씩 구입했다. 어떤 모종보다 가격이 비싸다. 마음이 무겁다. 잘 살릴수있을까? 여린 모종이 다치지않게 조심스럽게 트럭에 싣는다.

우리농장에서 가장 높은밭에 심기로 결정을 내린 이유는 7년 묵힌 계분이 쌓여있던 곳이라 밑거름으로 충분히 사용할수있기 때문이었다. 정성껏 모종을 옮겨심고 물을주었다.

다음 날이다. 제일 먼저 발걸음이 수박밭으로 향했다. 어제 시들했던 이파리들이 땅기운을 받았는지 생생해졌다. 며칠이 지났다. 비가내린다. 비를 맞은 모종이 더욱 파릇하게 팔랑거린다. 이제 잘 자라줄거란 믿음이 생겼다.

날씨가 쨍쨍한 날이 이어졌다. 제일 먼저 수박밭으로 향했다. 혹시나했는데 아니 이런 수박과 참외 모종잎들이 타들어가면서 말라가고있다. 예민한 이파리들이 햇볕에 그만 타버린것이다. 이웃 지인에게 질문했다. 다행이도 아직 뿌리는 살아있어서 새순이 나오면 살아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그 다음날부터 그 밭에서 살다시피했다.

수박과 참외 심는것을 적극 반대했던 남편이 내게 물었다. "당신의 그 정성으로 살아났구만~"

날마다 주전자로 물을 주는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점적호스를 설치해 주기로 약속했다.

수박밭 물 걱정에 잠을 설치던 나는 이제 발을 뻗고 잠을 잔다. 거치대까지 만들었으니 세상 걱정 내려놓았다. 남편과 나는 마음껏 뻗어내린 넝쿨을 집게로 거치대 망에 올려주면서 이마에 땀을 닦는다. 서로 입가의 미소를 바라본다.

다음날이다. 오늘은 주민자치회에서 봉사하는 날이다. 따뜻한 온기 가득한 산비탈에서 봄바람을·허공에·안는다. 새벽 아침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오늘도 나는 밭으로 향한다.

회원들과 함께 밭둑길을 걷는다. 훈훈한 바람 앞당겨 봄빛이 다녀가신 그곳에, 햇빛을 정답게 나누면서 잡풀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주민자치회원들이 모두 한곳에 모였다. 챙이 큰 모자와 수건으로 햇빛을 가렸다. 마스크로 먼지를 막으면서 작년에 옥수수 수확했던 곳 비닐 벗기기 작업을 시작했다.

흙에 깊이 묻힌 비닐은 잘 벗겨지지않았다. 그런곳은 괭이나 호미로 파내면서 검은 비닐을 벗겨내었다. 허리를 구부리고 풀을 뽑아내면서 비닐을 걷는 작업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무릎이 조금씩 아파오기시작하고 흙먼지가 얼굴까지 피어올랐다. 수건으로 닦아보지만 그때뿐이다.

2~3시간 열심히 일에 몰두하다가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았다.

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저 멀리 샛강에서 맑은 물이 뒤척이며 흐르고, 쪽빛 하늘에 비비새 몇마리가 햇살을 가르며 날고 있다.

간식 먹는 시간이다. 물을 들이키면서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쑥부쟁이·냄새·바람에·풍기는 밭두렁에서 이슬에 바짓가랑이 적시며 작업할땐 힘들었지만 어느새 땀흘린 봉사의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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