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게 해줄게

2026.06.14 15:28:37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이제 대학은 기말고사 기간이다. 중간시험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들의 대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이미 중간고사를 망쳤다고 생각하며 부족한 공부 머리를 탓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반쯤 체념한 듯 보이며, 어서 시험이 끝나고 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반면, 실패한 중간고사를 만회하기 위해 과목별로 계획을 세우고 밤을 새워가며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노력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기분 나쁜 일이지만, 이처럼 '망쳐버린 중간고사 결과' 이후의 반응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실패 내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패 내성이란 실패 후에 찾아오는 부정적 감정을 견디고 극복하여 긍정적인 행동으로 반응하는 성향을 말한다. 실패 내성의 수준에 따라 실패에 대한 반응과 이후의 행동은 달라진다. 실패 내성이 약한 사람은 실패 이후의 부정적인 감정에 깊이 빠져 스스로를 자책하고 의욕을 잃기 쉽다. 실패 경험을 자신의 능력 전체를 부정하는 증거처럼 느끼기 때문에 다시 시도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된다.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반응은 회피이다. 공부를 미루거나, 도전을 망설이고, 결국 미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대로 실패 내성이 강한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더라도 비교적 빠르게 마음을 다잡는다. 실패를 자신의 전부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다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도 않는다. 대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신에 대한 느낌도, 미래를 위한 계획도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한때 '꽃길만 걷게 해줄게'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말에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고 기를 살리기 위해 가능한 한 실패와 좌절, 상처를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조그만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쉬운 과제만 하게 하며, 아이를 주눅 들게 하는 꾸중이나 부정적 반응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한 부모의 태도라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편안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패와 좌절을 피해가도록 돕는 것이 정말 아이를 위한 일일까? 상처가 없는 삶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중요한 것은 실패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안전하게 경험하고 회복해보는 과정을 겪게 해주는 것인 것 같다. 실패 내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가 실패했을 때 결과를 먼저 평가하기보다 그때 느끼는 감정을 알아주고, 실패의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실패의 원인을 능력 부족으로 단정하기보다 공부 방법, 시간 관리, 노력 여부처럼 바꿀 수 있는 요인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능력이나 재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과 경험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셋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너무 큰 목표를 쫓기보다 실천 가능한 작은 목표를 정하고, 작은 성공 경험을 차근히 쌓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가 전혀 없는 꽃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넘어졌던 경험이 오히려 더 잘 걷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힘들 때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있는 길이 꽃길이 아닐까?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3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