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송

2026.06.14 15:25:46

강대식

법학박사·(사)유네스코한국위원회 충북협회 회장

한장의 사진이 눈을 크게 뜨게했다. 붉은 몸통과 긴 가지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굵고 다부진 몸통이 여느 소나무와 다르다. 어디서 촬영한 사진인지 표시는 없다. 촬영자에게 문의하니 알려주기 곤란하단다. 더 채근하는 것도 실례가 될것 같아 머리에 넣어 두고 자크를 채웠으나 소나무의 굵고 탐나는 몸통은 머리속을 헤집고 있다. 촬영자가 촬영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타인이 내가 촬영한 것보다 더 멋진 사진을 촬영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거나 누군가가 아름다운 촬영장소를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에 머리 속에만 기억해 두는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회원이 촬영하여 올린 같은 소나무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런 행운이.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소나무가 있는 주소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었다. 주소를 물으니 위치를 알려주는데 번지가 산번지다. 산번지는 상황에 따라 몇천평 몇만평이 될수도 있고, 산속에 숨어 있으면 번지를 알아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를 한강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한다.

주섬주섬 짐을 쌌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나무 사진을 찍고있는 중이어서 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촬영포인트가 좋으면 어디든 가고 있다. 우리나라 산야에는 셀수없이 많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곧게 자란 소나무는 베어져 건물을 짓는 기둥이나 석가래로 사용되어 수백년 동안 자란 개체는 많지 않다. 반면 이리저리 비틀리고 굽은 소나무는 목재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아 남아 수백년의 세월을 살고 있다. 세상에는 수 많은 물질이 존재하지만 필요한 것은 쉽게 채취되어 사라진다. 역설적이게도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오랜시간 살아남을 수 있다. 내가 찾아 나서는 소나무들 대부분이 그런 성장과정의 아픔으로 곧게 자라지 못하고 훼손되고 굳어진체 자란 것들이 많다.

하동에 도착하니 이미 아침이 지나 햇살이 머리 위로 올라온 시간이다. 새벽 어둠을 헤치며 달려왔어도 거리가 있어 동살을 볼수는 없었다. 강한 햇살이 빙긋이 웃는다. 왜 왔느냐며 비웃는 것 같다. 해가 뜨면 소나무 가지에 그림자가 생겨 깨끗한 피사체를 촬영하기 어렵다. 아마도 좋은 사진은 건져갈 생각을 말라는 암시 같다.

왜 부부송이라 했을까. 가만히 보니 뿌리가 서로 껴안듯이 얽혀있다. 그렇게 시작한 두그루의 소나무는 각자의 삶을 살다가 외로웠는지 다시 위에서 만나 연리지가 되었다. 보통 연리지는 서로 다른 몸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연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소나무는 한몸처럼 태어나 각자의 삶을 살다가 다시 만나 연을 맺었다. 동양적인 윤리관의 시각에서 보면 남매로 태어나 결혼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반면 고대 동일 빗줄을 통해 자신들만의 핏줄을 만들어 가던 시대의 입장으로 보면 성골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어느 관점으로 바라보던지 수백년 세월을 함께 이웃하며 살아왔다는 것은 의미하는바 크다. 태어나면서 부터 많이 시달렸는지 밑둥이 심삼치 않다.

밑둥이 두그루의 뿌리가 뒤엉켜 어느 것이 누구 것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생존을 위한 경쟁이었는지 외로움을 나누던 화합의 격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난의 흔적 처럼 보인다. 다행인것은 두그루 모두 올곧게 하늘을 행해 힘차게 가지를 틀어 올렸다는 것이다. 상생한 것처럼 보인다. 경쟁을 하되 상대방의 심장에 비수를 꼽는 일을 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신사도를 지킨 것이다.

우리 정치판에서는 언제부턴가 협치가 사라졌다.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사고가 너무 팽배해 대화는 사라지고 비난과 책임전가만 보인다. 세계 십위권의 경제대국이며 민주화로 정치적 안정을 찾았다고 자랑하던 국가의 정치인이 맞는지 의구심이 가득하다.

하잘 것 없는 나무도 화합하며 살기 위해 싸움보다 실리를 선택한다. 그런데 한 국가의 지도자로 자처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미물인 소나무 보다도 신선함이 없다. 언제까지 우리나라를 두개로 갈라 편싸움을 할 것인지 한숨만 난다. 여당이나 야당 모두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권력자에게만 잘 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행동이 협치를 방치하고 상호대립 만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라도 상호 대화하고 협치하며 부부송의 우애처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 나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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