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1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자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이날은 단순히 달력 위의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인을 존중하고 보호하는지를 스스로 돌아보는 날이며, 동시에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을 노인들을 향해 손을 내미는 날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의 날을 역설하듯 "옆집에서 또 고성이 들려요. 아들이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라는 112 신고를 접하고 피해 노인과 면담을 진행할 때면 가슴 한편이 무거워진다. 이러한 신고는 빙산의 일각으로 매년 노인학대 신고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술을 먹고 상습적으로 노모를 폭행하여 팔, 다리 등이 골절이 됐던 신고가 있었는데 노모는 "그냥 넘어졌어요. 나만 참으면 돼요. 아들이 안 그러겠다고 했어요"라고 떨리는 목소리 통화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 가해자인 아들은 잠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안 그러겠다"고 했지만 근본적인 관계·경제·돌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재신고가 들어와 노모는 각 연계된 기관의 도움으로 요양원으로 모셔졌다. 이 사례뿐만 아니라 다른 어르신들도 "애들이 원래 성격이 좀 급해서 그렇지, 나쁜 애는아니에요", "이 나이에 어디 갈 데가 있어야죠"라는 말씀을 하시며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 문제를 밖으로 알리면 안 된다'는 생각과 침묵이 학대를 더 길고 깊게 만든다.
이러한 노인학대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우리 경찰은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학대예방경찰관(APO, Anti-Abuse Police Officer)' 제도가 있다. 가정폭력과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출동 경찰관의 초동 조치에 이어 APO가 개입해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112신고 받은 경찰은 현장을 신속히 확인하고 △긴급 위험 여부를 판단 △신체적 폭력 여부 △의료적 처치 필요성 △가해자의 폭력성이 지속될 가능성 △현장 분리 조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긴급체포나 접근금지 등 형사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법률상 범죄 성립 여부와는 별도로 '학대 의심' 단계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이때 단순히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에서 끝내지 않고 노인보호전문기관 통보, 지자체 노인복지 담당 부서와 연계 등을 해 상담·보호조치를 적극 안내·연결하는 것이,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역할이다.
'노후는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맞이하게 될 필연이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평생을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어르신들이 생의 마지막 시간을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보내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 '남의 집안일에 끼어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망설이는 사이, 피해 노인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주변에서 노인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하거나 인지했다면 즉시 112 또는 노인보호전문기관 1577-1389로 신고하면 학대피해 노인들은 경찰, 노인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 등으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 사람의 관심, 신고, 따뜻한 말이 어떤 어르신에게는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희망이니 침묵을 깨고, 우리 모두 관심을 가지고 예방에 나서야 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