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의 승자는 누구이며 패자는 누구인가. 후보들의 당락에 따른 개인적 승패는 이미 결론 났으나 정치권 차원의 큰 틀에서는 논란이 이어진다. 선거 평가가 당권 경쟁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 선거 후 패배한 정당의 대표와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며 한꺼번에 물러나는 것이 정치권의 오랜 관례였다. 그러나 6.3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여당과 제1야당 모두 책임지겠다는 당 지도부가 없다.
***책임지려는 당 지도부 없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승리를 말하면서도 이긴 집안의 분위기가 아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패배한 것으로 보이면서도 진 사람들의 표정이 아니다. 어느 정당도 이겼다며 잔치를 벌이지도 못하고, 져서 우울하지도 않은 모호한 선거 결과다. 여야 공히 당권파는 승리와 선방을 말하고, 비당권파는 지도부 책임과 사퇴를 주장한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많은 당선자를 내 승리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에 서울시장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정치적 요충지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다수 당선돼 일도양단으로 승패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전북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1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성과를 자평하면서도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며 한발 물러선 것에서 볼 수 있듯 완승과는 거리가 있다.
민주당이 경기 평택을·충남 공주부여청양·대구 달성·울산 남갑·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국민의힘과 무소속 후보에게 5개 의석을 내 준 것은 숫자 이상의 정치적 상실을 의미한다. 정청래 대표의 연임 전략에 급제동이 걸렸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사수와 국회의석을 늘리는 성과를 통해 위안을 삼는 모습이다. 하지만 부산시장, 강원도지사, 충청권 4곳 광역단체장을 전부 잃는 초라한 성적표는 숨겨지지 않는다. 특히, 충북에서는 국민의힘의 패배가 명확하다. 충북도지사를 민주당에 빼앗겼고, 수부 도시 청주시장을 비롯해 제천시장 선거에서도 패해 충북 11곳의 시장군수 중 민주당이 6곳, 국민의힘이 5곳을 차지했다.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도 민주당이 석권했다. 국민의힘 완패다.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패배로 끝나면 장동혁 대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쫓겨 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전국의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가 중단되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다수라는 사상 초유의 참정권 훼손 사태가 정국을 강타한 것이다.
거기에다 6.3 지방선거 직후 처음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 41.8%, 국민의힘 지지율 41.1%로 사실상 동률을 기록한 결과가 나왔다. 장동혁 대표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준 셈이다. 장동혁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되묻겠다.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여러분은 이번 지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역공할 상황이 된 것이다.
***참정권 침해 국민 모두 패자
지방선거 성적표를 고리로 여야 정당의 계파별 당권 싸움이 고조되는 시점에 휘발성 강한 연료로 소모되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 때리기다. 상상 이상의 무능한 선거관리로 1960년대 자유당 시절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투표가 마무리됐으나 선거는 종료되지 않은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투표용지 부족, 선거인 명부 누락과 같은 믿을 수 없는 후진적 수준이 국민을 분노케 한다. 참정권 침해는 국민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철저한 진상규명, 제도 개선, 책임자 처벌, 중앙선관위 감시기구 설치 등이 긴요하다. 그럼에도 정당들은 국정조사, 특검, 재선거 등 온갖 방안을 들고 나오긴 하나 당리당략과 당권 경쟁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